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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화내는 내 모습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인-잇] 화내는 내 모습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SBS 뉴스

작성 2020.02.20 16:05 수정 2020.03.10 15: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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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일단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 길러주신 아버지, 두 분의 자녀인 누나와 나 이렇게 네 명의 구성이 나의 첫 가족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혈연관계의 세 사람, 그러고 보면 가족이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선천적으로 주어진 관계라 할 수 있다. 친구나 학교처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내 이름 앞에 붙은 성씨처럼 이미 태어날 때부터 부여된 존재다. 이 선천적 가족을 나는 '첫 번째 가족'이라 부른다.

내가 결혼을 하고 맞이한 아내 그리고 우리 둘 사이의 아기까지 셋, 지금 내가 같이 살고 있는 '두 번째 가족'이 있다. 순서 상관없이 모두 나의 가족이지만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선택이다. 첫 번째 가족은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태어나기 전부터 '주어진' 가족이고, 두 번째 가족은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두 번째 가족과 살게 되면서 첫 번째 가족과 살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결혼한 지 3년 차가 다 되어가는데, 나는 여태까지 아내와 크게 싸운 적이 없다. 아내도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에선 싸움이라 불릴 만한 소란 한 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누구 하나 성격이 특출나게 좋아서도 아니고 서로 화를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화가 나면 '욱'하는 성질이 있어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반면에 아내는 차갑게 식어 말없이 속으로 삭힌다. 불같이 폭발하는 나와 얼음같이 차가워지는 아내, 이 둘의 조합은 애초부터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번째 가족, 원래 가족은 어떤 모습이었나. 어머니를 제외한 모두가 화를 밖으로 표출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언성이 높아지고, 심할 땐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기도 한다. 분노가 시작되는 발화지점에 차이가 있을 뿐 그 화를 표출하는 방식은 세 사람 모두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족들끼리 부딪히기라도 하는 날엔 집안에 고성이 오가고 난리가 났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가족끼리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모습을 지켜 볼 때면 내 인생이 불행에 가장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이야 과거의 일이라 여기며 무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자식 둘 다 출가를 해서 옛날처럼 자주 싸울 일은 없지만, 분명 나의 결혼 전까지도 집안엔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다.

첫 번째 가족 속에 섞여 살 때는 뭐가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도 몰랐고 아마 서로 성격 이상하다고 탓하면서 살았는지 모른다. 나는 그저 우리 가족은 원래 이런가 보다 하고 체념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떨어져 새로운 가족과 살다 보니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 아버지 성격을 그대로 닮은 누나와 나의 모습이. 누나와 내가 어릴 때부터 봐 온 '화를 내는 모습'은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성격을 그대로 닮은 것이다. 지금에 와서 아버지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는 그런 가족 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내 이름 앞에 붙여진 아버지의 성(姓)씨처럼 내 안에는 아버지의 성격(姓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젠 나의 차례다. 나에게도 이젠 자식이 있다. 아이는 나의 성을 따랐고 나의 성격을 닮아 갈 것이다. 어쩌면 가족이란 이처럼 나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아닐까. 내가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모습을 내다보게 하는 나의 시작과 끝.

과연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게 될까?
 
#인-잇 #인잇 #파파제스
인잇 시즌 2 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