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굶어죽는 것은 옛말…하루 세 끼 먹는 북한 주민 90% 이상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0.02.13 14:17 수정 2020.02.14 14: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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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사업 관련 홈페이지 (사진=WFP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하면 못먹고 못사는 곳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식생활 사정이 개선되면서 하루 세 끼 먹는 북한 주민들이 90% 이상으로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의 의뢰로 북한연구학회와 현대리서치연구소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조사에서 2016∽2019년 사이 탈북한 사람들은 90.7%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했다고 응답했다. 2000년 이전에 탈북했던 사람들의 경우 하루 세 끼 식사를 했다는 비율이 32.1%에 불과했는데 거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구체적인 추이를 보면 2001∽2005년 탈북민은 52.2%, 2006∽2010년 탈북민은 67.1%, 2011∽2015년 탈북민은 87.1%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했다고 대답했다.

● 강냉이 비중 줄고 쌀 비중 높아져

식사 횟수가 늘어난 것 뿐 아니라 식사의 질도 좋아졌다. 같은 조사에서 끼니의 구성 비율은 강냉이가 줄어들고 쌀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냉이의 비중은 2000년 이전 탈북민들의 경우 68.8%에 달했던 것이 2016∽2019년 탈북민들의 경우 24.9%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냉이가 줄어든 대신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는데, 2000년 이전 탈북민들의 경우 끼니 중에 쌀의 비중이 11%에 불과하다고 대답했지만, 2016∽2019년 탈북민들의 경우 끼니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66.1%에 이른다고 답변했다. 아직도 잡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쌀로 지은 밥을 하루 세 끼 먹는 북한 주민들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이 조사의 응답자는 주로 북중 접경지대인 양강도와 함경도 출신들이다. 탈북민들의 대다수가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양강도와 함경도 출신들의 식생활이 이 정도라면 평양이나 다른 지역의 식생활은 더 좋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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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사진=연합뉴스)
● 장마당 근거로 먹고사니 생활수준 좋아져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이 좋아진 것은 스스로 벌어먹고 사는 구조가 진전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마당이 늘어나고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북한 주민들은 국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먹고사는 법을 터득했다. 국가의 배급을 기다리다 굶어죽거나 하루 한 끼 먹는데 그쳤던 과거에서 벗어나, 장마당에서 스스로 먹고사는 법을 터득하다보니 생활수준이 좋아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2016∽2019년에 탈북한 사람들의 경우 장마당 등 사적영역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48%로 국가 시스템에 의거해 먹고사는 사람들의 비율 24%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김정은 시대 들어 추진된 농업부문 개혁이나 북중 국경 지대를 통해 밀수되는 식량 등도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 식량지원, 대북 카드로서 효용 있나

하루 세 끼에 쌀밥을 먹는 북한 주민들이 늘었다는 것은 북한이 이제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상황은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도 풍족하게 100% 흰 쌀밥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문제 때문에 주변에 급하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과거처럼 대북 식량지원이나 비료지원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5만 톤의 쌀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변화가 필요하다.
북 인도주의 생색 비난 식량지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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