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책거리서 고양이 무참히 죽인 40대 2심도 징역 6개월

지난해 서울 마포구 경의선책거리에서 고양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이내주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정 모(40) 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책거리에서 근처 술집 주인 A 씨가 기르던 고양이 '자두'를 잡아 바닥에 수차례 내던지는 등 학대한 끝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정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이에 정 씨 측은 '자두'가 주인이 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인 줄 알고 범행해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었으며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도 이같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자두'는 피해자 A 씨가 운영하는 가게 테라스 화분 위에 앉아 있었고, 가게 앞에는 자두를 포함해 피해자가 키우는 고양이 3마리를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 칠판이 세워져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도중 칠판이 쓰러지자 이를 다시 세워두기도 했으며, 자신이 길고양이와 주인 있는 고양이를 어떻게 구분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주인이 있는 고양이일 수도 있다'는 재물손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지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이유로 자기에게 해를 가하지 않은 고양이를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이는 취업사기를 당해 채무 독촉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범행 직후 사체가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옮겨 놓거나 범행 도구인 세제가 든 쇼핑백을 범행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휴지통에 버리는 등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지 않으며, 피해자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정 씨와 검찰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