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흑인 친구도 서울의 한 클럽에서 피부색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백인 친구들은 피부색이 하얗다는 이유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을 여러차례 체감했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고 배웠는데,
우리는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학시절 학교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은 지나가는 말처럼 '한국인 친구들은 백인 친구들을 더 좋아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 친구들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듣고 있던 나는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이 피부색에 따라 다른 우리의 태도를 체감할 정도인데... 우리는, 우리가 인종차별의 피해자인 경우 피부색에만 근거해 개개인을 규정해버리고 차별하는 태도에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둔감한 것 같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나 역시 과거에 피부색에 관한 편견이 있었다.
2년 전 스웨덴에서 유학을 할 때 스웨덴에서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내게 스웨덴어로 인사를 건넸다. 관공서에서도, 학교에서도, 파티에서도. 한 사람의 피부색이나 생김새만 보고 '영어'로 인사를 건네면 차별이라는 취지였다. 피부색과 생김새는 주류 백인 스웨덴인과 다르지만 그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고, 스웨덴인 일수도 있으니까. 전통적으로 스웨덴인은 백인 바이킹 민족의 후예다. 1980년대와 2010년대 중반,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에서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수적으로는 백인이 우세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여행을 할 때에도 친구는 내게 '대부분 사람들이 네가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를 것이고, 신경쓰지도 않을 걸? 인종차별 크게 걱정하지마'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선 백인, 황인, 흑인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인종들이 너무나 많은 것도 목격했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가장 인상 깊게 배운 점은, 피부색이나 생김새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우리가 관계를 맺는데 어떠한 장벽도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었다. 그저 사람을 사람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면, 내게 그 존중과 사랑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의식적으로 피부색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규정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외에 나가 차별당할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게 됐다.
인종차별에 대해 불평하기 전에 앞서 나 자신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지 않은지 나부터 되돌아봐야겠다.
#인-잇 #인잇 #김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