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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사리의 예술'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거장이 됐나

'삑사리의 예술'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거장이 됐나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수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L'art du Piksari'

한마디로 '삑사리의 예술'이라는 의미다. 이 매체는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인 '삑사리'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인물의 어이없는 실수가 극의 전개와 패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이 구현해낸 '삑사리의 예술'은 한국을 넘어 유럽 그리고 미국 시장까지 매료시켰다. 2019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지난 8개월 간 전세계 관객과 만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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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전원 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이 부잣집 저택에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기생충'은 계층의 양극화를 통해 현실 사회를 비판한 수작이다.

빈자와 부자의 대비를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둠을 조명한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양극화 문제를 매력적인 영화 언어로 표현해냈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어두운 풍자와 신랄한 스릴러가 가미된 사실적 방식으로 자본주의, 계층의 양극화로 물든 현실 사회를 비판했다"고 호평했고,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감독은 늘 특정 장르의 좁은 틀에 갇히길 거부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기생충'은 아찔하고 탁월하며 어느 장르로도 분류할 수 없다. 봉준호 감독 자체가 장르다"라고 극찬했다.

칸영화제가 오랜 명성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예술 영화만의 잔치'라는 오해를 받았다면, '기생충'은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드물게 예술 영화와 대중 영화의 교집합을 이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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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 등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활약했던 거장들과 달랐던 점도 대중과 폭넓게 소통하는 장르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다.

지난 20년 간 블랙코미디, 미스터리 스릴러, 괴수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7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한 봉준호는 천만 영화를 두 편('괴물', '기생충')이나 만들어냈으며, 한국 영화 감독 중 유일하게 칸영화제 그랑프리('기생충')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남대 미대 교수이자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봉상균 씨이며, 어머니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의 둘째 딸인 박소영 씨였다. 예술가적 소양이 남달랐던 집안 분위기 역시 오늘날 봉준호를 만드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 인생을 걸었다. 아카데미 재학 당시 만든 단편 '백색인'과 '지리멸렬'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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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데뷔작은 2000년 개봉한 영화 '플란다스의 개'였다.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 447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두 번째 장편 영화 '살인의 추억'(2003)으로 단숨에 한국 영화계를 이끌 기수로 떠올랐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두 형사의 집요한 추적기를 다룬 작품으로 그해 전국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평단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상복도 이때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제40회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과 감독, 영평상 작품상과 감독상, 춘사영화상 대상과 감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작품상과 감독상,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과 국제비평가상 등을 받았다.

2006년에는 '괴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강에 괴생명체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사건과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봉준호식 블랙 코미디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었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대종상 감독상, 제1회 아시아 필름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금까마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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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와의 인연도 '괴물'로 맺었다. 2006년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돼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봉준호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마더'와 '도쿄'가 주목할만한 시선에 연이어 초청되며 '칸의 총아'로 자리매김 했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 제작의 영화 '옥자'로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무관에 그쳤지만 2년 만에 '기생충'으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영화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100년 영화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기생충'이 써내려 간 역사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해가 바뀐 2020년에는 영화 산업의 심장부인 미국에 개봉해 3,300만 달러(약 393억 원)가 넘는 극장 수익을 올렸다.

그 결과,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에 도전한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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