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의 진원지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우리 군도 해군·해병대의 훈련 불참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 초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과 태국이 훈련 자체의 연기를 결정하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국적 연합훈련이 취소되는 첫 사례가 됩니다.
● 한국 해군·해병대 참가 여부 10~11일 최종 결정
해병대 290명을 포함해 코브라골드 참가 예정인 우리 병력은 400명 남짓입니다. 오는 15일 수송함 노적봉함을 타고 태국으로 떠날 계획입니다. 훈련이 열리는 태국이 코로나 위험 지역인 데다 훈련에 참가하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도 코로나가 덮친 곳입니다. 태국 현지에서 상륙훈련, 지휘소훈련, 대민지원 활동 등을 하는 가운데 코로나에 감염될 우려가 있습니다. 더워서 마스크 착용도 어렵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소가 된 일본 유람선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배와 전염병은 상극입니다. 병원선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배는 단일 공조(空調) 체제로 공기를 순환시킵니다. 바이러스가 배에 일단 침투하면 무차별 선내 전염은 시간문제입니다.
군의 의견은 코브라골드 훈련 불참 쪽으로 살짝 기운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 결정은 10~11일 내려집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훈련 파트너들의 우려를 의식해 불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고 코로나 걱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어서 장병 400명을 태국으로 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연합상륙훈련할 일이 줄어들었는데 그나마 눈치 안 보고 연합상륙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리기 아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나머지 7개국이 훈련을 강행하면 귀신 잡는 대한민국 해병대가 혼자 몸 사리는 것처럼 보여 체면도 구깁니다. 하지만 병 옮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큽니다.
● 훈련 자체 연기 논의 중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훈련 자체를 연기하는 겁니다. 우리로서는 코로나 뚫고 훈련하는 타국 군에게 눈치 볼 일 없으니 좋고, 코로나 확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좋습니다. 주최국인 태국도 훈련 장병들의 코로나 감염을 책임지고 막을 재간이 없으니 훈련 연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키는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미군은 촘촘히 연간 일정을 짜서 인도태평양 지역 연합훈련을 하는데 코브라골드 연기로 일정이 꼬이면 다른 훈련도 차질을 빚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 코브라골드 외의 연합훈련들도 줄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예정돼 있습니다. 좁은 벙커 안에서 한미 군 최고 지휘관들이 어깨 맞대고 앉아 모의 전쟁 연습을 합니다.
만에 하나, 벙커에서 유증상자라도 나오면 합참의장,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한 한미 동맹 지휘부의 자가 격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군은 마비됩니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서 군은 연합지휘소훈련 연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게 코로나가 하루속히 진정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