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리원량" "밝은 별 졌다" 애도와 분노…中 당국 뒤늦은 조사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숨지자 많은 중국인들이 애도와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리원량은 지난 1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오늘 핵산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확진이다"는 짤막한 글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46만 명이 이 게시물 밑에 쾌유를 기원하는 댓글을 달았지만, 우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은 오늘 새벽 34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웨이보 이용자들과 중국 일부 언론은 그를 '영웅'이라고 칭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온 힘으로 우리를 보호해주려 한 당신에게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됐고 지난달 10일쯤부터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인 뒤 입원했습니다.

회복하면 다시 환자를 돌보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리원량의 이름에 있는 '밝을 량'자를 사용해 "2020년 가장 밝은 별이 졌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리원량이 진실을 알렸는데도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처벌받은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천국에는 경찰의 훈계 조치가 없기를 바란다"고 썼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사과하라"는 말과 함께 '유언비어를 퍼뜨린 8명이 처벌받았다'는 자막이 달린 중국 CCTV 뉴스 화면을 갈무리해 올렸습니다.

중국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적으로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깊은 애도를 표했고, 우한시 정부도 깊은 애도와 함께 일선에서 전염병과 싸운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급성호흡기증후군, 즉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가 있는 환자 보고서를 입수해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습니다.

이어 12월 31일 새벽 1시에 우한 위생건강위원회에 불려가 발병 소식의 출처를 추궁당했습니다.

우한 경찰은 1월 1일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며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공지했습니다.

이들 8명은 리원량을 포함해 모두 의사였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리원량은 지난달 3일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까지 해야 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원량의 부인은 임신 중인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인민일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