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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진家 vs 조현아 동맹, 숨은 표에 달렸다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하겠습니다. 권 기자, 오늘(6일)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이른바 조 씨 일가 남매의 난 이야기를 취재해 오셨다고요. 지금 대주주 말고 다른 주주들이 어느 편에 설 거냐, 이 부분이 관심인 거죠.

<기자>

네. 우리나라의 제1 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결정에 우리나라에선 꽤 이례적으로 대주주 일가 외의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구도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소액주주들의 역할 또,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새삼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오는 3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일종의 큰 선거일이 될 듯합니다.

현재 말하자면 1번 후보, 정부여당 비슷하죠. 한진그룹 총수인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 그리고 막냇동생과 뭉쳤습니다.

조 회장 우호 지분이 지금으로선 33.45% 정도 됩니다. 반면에 조현아 전 부사장은 비유하면 지금 야당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재벌 가족경영'에 반대하면서 한진칼의 지분을 모아 온 행동주의 펀드 KCGI, 그리고 반도건설과 뭉쳤습니다. 31.98%를 확보한 것으로 계산이 나옵니다.
한진칼 지분 현황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지려면 작년 12월 26일까지 모은 지분만 되기 때문에 이제 돈으로 지분을 사모아서 상황을 바꿀 순 없고요. 지금 이 선수들 그대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요, 양쪽을 합쳐도 한진칼 지분의 70%가 안됩니다.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양측과 나머지 지분이 1:1:1의 구도입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주들이 유권자처럼 된 겁니다.

<앵커>

나머지 3분의 1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이 차지하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이들이 정확히 35% 정도가 됩니다. 작년과 상황이 약간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우리나라 재벌 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고 상징적으로나마 경영에서 밀려났습니다.

이때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지분 상당수가 고 조 전 회장을 반대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일단 올해는 국민연금 지분이 4.11%입니다.

작년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국민연금이 지금 양측 중 한쪽 손을 들어준다면 그쪽이 결정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캐스팅 보트가 되는 거죠.

어제 올해 국민연금의 결정을 절차적으로 책임질 사람들 구성하는 기준이 좀 손질돼서 통과됐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이달 중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란 위원회가 새로 구성됩니다.

민간 전문가 9명이 위원인데요, 이달 안에 9명이 나와서 3월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투표를 어떻게 할지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9명은 크게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같은 근로자단체, 경총 같은 사용자단체, 그리고 지역가입자 단체의 추천으로 뽑힙니다.

말하자면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입장이 서로 다른 단체들이 각자 자기들과 뜻이 통하는 사람을 정해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는 겁니다.

이 위원들이 한진칼의 3월 주총에서 남매 연합 중에 한 편을 들 수도 있고 일종의 기권으로 "우리는 여기 안 낄래" 의사표시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좀 더 의견을 잘 표출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를 도입하라,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네.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말 그대로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지금 한진칼의 최대주주 KCGI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이 전자투표를 도입하라고 어제 한진 측에 요구했습니다.

작년의 한진그룹은 거부했습니다. 사실 지금 양측은 한 주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으려고도 동분서주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그렇게 위임장을 받겠다고 누가 찾아오지도 않을 진짜 소액주주, 말하자면 100주 가진 사람도 투표에 쉽게 참여할 수 있고요.

그러면 어느 쪽에 유리할지 미리 예상하기 참 어렵습니다. 이건 소액주주들이 얼마나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부분입니다.

일단 조원태 회장 측은 오늘과 내일 소집하는 이사회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다음 주 안에 '주주제안'이란 걸 통해서 일종의 공약을 내놓고 선거 유세를 할 겁니다.

비유하자면 정부 여당이 이런 정책을 펴겠다. 오늘내일 발표하면 야당이 다음 주 안에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이렇게 된다. 또는 이런 정책을 시행하자. 이런 걸 내놓는 거죠.

각자 경영전략을 내놓고 주주들에게 어떤 이득을 줄지도 약속을 할 겁니다. 일종의 '선거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투표 도입 여부는 지금으로선 조원태 회장 측이 결정할 사안입니다.

아무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우리 재벌기업의 문화와 경영활동, 주주 활동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모저모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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