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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수진·이탄희 前 판사님께 공개 질의합니다.

[취재파일] 이수진·이탄희 前 판사님께 공개 질의합니다.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0.02.06 09:33 수정 2020.02.06 10: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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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전 부장판사·이탄희 전 판사 (사진=연합뉴스)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법원을 떠난 판사들의 정치 행보가 대부분 결정됐습니다. 특히 주목받은 건 '사법농단의 저항자'라는 상징자본을 가진 두 사람, 이수진과 이탄희 전 판사였습니다.

'정치적 독립'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사법부의 법관들이 법복을 벗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의 길을 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 편의 기사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 (2020.01.15 8뉴스) 법복 벗고 선거판으로…'전두환 재판' 판사도 사직 대열
▶ (2020.01.20 취재파일) 재판과 앙가주망의 변증법

하지만 공직을 떠난 사람이 합법적으로 정치인이 되기를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다만, 사탕을 먹으려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아이들처럼, 성인의 선택에도 대가와 책임이 따를 뿐입니다. 민주 선거에서 시민의 선택을 받는 정치인이 치러야 할 대가 중 하나는 공적 영역에서의 질문과 답변, 즉 검증의 과정입니다.

● '사법농단' 메신저와 피해자로 등장하는 이수진과 이탄희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의 최정점인 사법부에서, 출세를 마다하고 조직의 부조리에 저항했다는 이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집단문화와 조직문화가 오랜 질병처럼 뿌리박힌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때문에 정치인이 내세우는 이처럼 빛나는 이력이 진실인지 검증하는 것은, 시민에게 공적 정보를 제공하는 걸 존재 이유로 하는 언론에겐 그의 학력과 재산내역을 들여다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검증 과정에서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사법농단 의혹을 다룬 중요한 텍스트들에서 사법농단 피해자를 자처하는 정치인 두 명이 한 명은 피해자로, 다른 한 명은 사법농단과 관련된 메시지 전달자로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차 진상조사보고서 8~9P>

가. 의혹제기

2015.7.21 인사모 최초 준비모임 당시 이규진 상임위원이 이ㅇㅇ 부장판사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수시로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상황을 파악하였고, 법원행정처 심의관들도 퇴근하지 않고 인사모 동향을 파악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음.

나. 사실관계

준비모임에 참석했던 이ㅇㅇ 부장은 인사모에 관심을 가지는 이규진 상임위원에게 논의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대강 알려주었다고 진술하였고, 행정처 심의관들이 퇴근하지 않고 인사모 동향을 파악하였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음

사법농단 의혹을 조사한 1차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이수진 전 판사는 당시 법원행정처의 견제를 받던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모임, '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인사모)' 구성원이면서도, 그 동향을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등장합니다. 현재 사법농단 의혹의 피고인 중 한 명이기도 한 이규진 당시 상임위원은 이렇게 이수진에게 보고받은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슷한 일은 반복됩니다. 행정처가 눈엣가시로 여겼던 '인사모'가 주축이 돼 대법원에 비판적인 학술대회를 열고자 했을 때 또다시 이규진과 이수진이 등장합니다. 1차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수진은 학술대회 개최에 부정적인 이규진의 뜻을 인사모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행정처와 인사모 사이 의견 전달책으로 등장합니다.

<1차 진상조사보고서 29P>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인 이OO 부장판사는 운영위원회 개최 전 이탄희 판사에게 전화하여 행정처 높은 분의 이야기라면서 공동학술대회를 대법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고 학술대회를 안했면 한다는 내용을 전달함"

"이탄희 판사는 긴급 운영위원회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이OO 부장에게 전화하여 학술대회 개최가 상반기로 결정된 사실을 알려주었고, 이OO 부장은 '행정처 높은 분이 이규진 상임위원이고, 이 상임위원에게 이탄희 판사와 연구회 회원인 또 다른 판사를 행정처로 데려가라고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함"

이와 동일한 내용은 권석천 중앙일보 기자가 이탄희 전 판사를 인터뷰해 구성한 책, <두얼굴의 법원>에도 등장합니다.

<두얼굴의 법원 中>

이탄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입문 쪽에 섰을 때 다시 전화가 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던 선배 판사였다.

"행정처 높은 분한테서 내게 전화가 왔어. 연구회에 전달하라는 취지인 것 같아. 공동학술대회를 대법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학술대회를 안 했으면 한다는 건데...일단은 그 정도만 알고 있어"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중략)

이탄희는 판사들과 헤어진 뒤 재판연구관인 선배 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술대회, 6월에 하기로 결정됐어요." 재판연구관은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은 이규진 양형실장"이라고 했다.

"이규진 실장, 대법원장과 독대하는 분이야. 만약 (공동학술대회를) 강행하면 이진만 회장에게 사퇴하라고 할 수도 있고 고등부장들 탈퇴시킬 수도 있어."

이탄희는 의아했다.

"그분들이 무슨 장기판의 돌도 아닌데 어떻게 사퇴시킨다는 거예요?"

(중략)

재판연구관은 전화를 끊으면서 말했다.

"이 실장이 (2월 정기인사에서) 심의관을 두 명씩 추천할 수 있는데 누굴 추천할까 묻길래 내가 이탄희, 송오섭 데려가라고 했어. 당신 같은 판사가 행정처에 많이 들어가야 하잖아."

사법농단의 피해자이자 저항자였던 이탄희 전 판사가 인권법연구회 기획총무를 맡던 시절, 학술대회 개최와 관련해 이수진으로 추정되는 선배 재판연구관이 전화해 '행정처 높은 분'의 압력을 전달한 뒤, 통화 말미에는 법원 내 요직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이탄희를 추천했다는 내용입니다. '사법농단' 사태로 사표를 내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책의 전반부에, '선배 재판연구관' 이수진은 이처럼 행정처의 뜻을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자리'를 언급하기도 한 걸로 기록돼있습니다. 복수의 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도 SBS 취재진에게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이수진 판사가 이규진 실장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 '조율'인가 '양다리'인가? 사흘째 대답 없는 이들

이러한 이수진 전 판사의 행동은 행정처와 인권법연구회 사이에서의 '조율' 이었을까, 아니면 한편으론 '인사모'에 소속돼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그 동향을 행정처에 넘기고 또 행정처의 의사를 전달한 부적절한 '양다리'였을까. 만약 이수진 전 판사의 행위가 부적절한 게 아니었다면, 사법농단 피해를 기술한 책에서 이탄희 전 판사가 이수진의 행위를 굳이 기록할 필요가 있었을까? 당시 이수진 전 판사가 보인 행태가 사법농단 가해자들에게 동조한 측면이 있는 것이라면, 정치인 이수진이 내세우는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상징자본은 명실상부한 것인가?

이수진 전 판사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고, 질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행정처의 압력을 받았던 '피해자' 이탄희에게 답을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 여겨 문자로 질문을 보냈습니다.


변호사님 일전에 연락드렸던 SBS 원종진 기자입니다. 늦은 시간 문자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연락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변호사님의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된 책 <두얼굴의 법원>에서 이수진 전 판사가 등장하는 대목에 대해 여쭙기 위해서입니다.

달갑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최근 판사 퇴직 후 '사법농단'과 같은 폐단을 개선하고자 정치의 길을 택하신 법관들의 행보가 명실상부한지를 검증 취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4월의 1차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이수진 재판연구관이 당시 이규진 상임위원에게 수시로 인사모 동향을 전달했다', '이수진 재판연구관이 공동학술대회 발표 수위를 낮춰달라는 이규진 당시 상임위원의 뜻을 발표자에게 전달했다' 고 등장한 대목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 <두얼굴의 법원>에서 '공동학술대회 관련 긴급운영위원회 참석차 호프집으로 향하시던 이탄희 판사에 선배 재판연구관이 전화를 걸어 '행정처 높은 분'의 뜻을 전달했다'는 대목이 겹쳐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님께 그 당시 긴급운영위로 향하시던 당시 전화를 걸어와 학술대회를 안 했으면 한다는 행정처 높은 분의 뜻을 전달한 재판연구관이 이수진 전 판사님이 맞는지 여쭙고자 이렇게 문자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판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공동학술대회 동향을 행정처가 파악하고, 또 그것에 압박을 가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사법농단' 사실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사법개혁 완수'를 기치로 삼아 정치 행보에 나선 전직 법관이 그 당시 행정처의 뜻을 학술대회 참여자에게 전달했던 사람인지 여부를 언론이 검증하는 것은 정치가 사법부를 제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작업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후략)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수차례의 전화에도, 추가로 보낸 문자에도 이탄희 전 판사는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격

정치란 무엇인가? 이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가장 널리 쓰이는 답 중 하나는 미국의 정치학자 해롤드 라스웰의 말입니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느냐가 정치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등 사법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법부 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심장부에 칼을 들이대고 누가 무엇을 얻게 될지 다시 정하겠다는 공약입니다. 시민들에게 내세운 이 약속의 담보이자 보증수표는 '사법농단 저항자'라는 상징자본입니다.

정치적 자원의 배분 투쟁은 치열할 것입니다. 이 치열한 배분장의 선수로 나서겠다는 자의 자격을 둘러싼 공적인 물음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그럼 네가 가진 것은 어떻게 얻은 것이냐' 하는 질문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 물음들에 답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자원배분장의 선수로 거듭나는 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정치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물음과 관련해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선 전직 판사들은 충분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답을 않고 있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는 현재 일부 SBS 기자의 전화번호는 수신 차단한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취재 대상에게 개별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듣는 통상의 불문율을 깨고 이 글을 통해 공개 질의합니다. '사법농단의 저항자' 이수진 전 판사님, 그 상징자본의 보다 구체적인 획득 경위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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