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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미국서 추방된 엘살바도르인 138명, 고국서 피살"

엘살바도르 경찰이던 아드리아나는 폭력조직의 위협에 시달리자 미국으로 달아났다.

미국 정부는 그의 망명 신청을 거부했고, 2015년 고국으로 돌아간 아드리아나는 2년 후 폭력조직의 총에 맞아 숨졌다.

아드리아나처럼 미국에 거주하다가 추방됐거나 망명 신청을 거부당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중 결국 엘살바도르에서 살해당한 사람이 지난 6년간 138명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일(현지시간) 펴낸 117쪽 분량의 보고서 '위험으로의 추방'에서 2013년 이후 미국서 추방당한 엘살바도르인 중 최소 138명이 살해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성적 학대나 고문,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도 70명 이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120만 명의 엘살바도르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4분의 1만이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임시 자격으로 체류하거나 망명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거나 불법 체류하는 상태다.

미국 정부가 점점 엄격한 이민정책을 펴면서 당국에 적발돼 추방되거나 망명을 거부당한 이들도 늘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추방당한 이민자나 가족,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을 인터뷰해 미국서 추방된 이민자들이 고국에서 처한 현실을 전했다.

미국에 이민해 가족과 여러 해를 살던 하신토는 당국의 추방 명령을 받고 세 자녀와 함께 엘살바도르로 돌아갔다.

그는 폭력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에 숨졌고, 남은 아이들은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숨어 살고 있다.

폭력조직원에게 학대당하다 미국으로 달아났던 앙헬리나는 2014년 추방돼 돌아온 후 똑같은 조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보고서에 참여한 휴먼라이츠워치의 앨리슨 파커는 "추방 후 살인과 강간 등 폭력에 시달리는 엘살바도르인의 수가 충격적으로 많다"며 "이들은 애초 탈출하기 전에 이들을 괴롭혔던 자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가해자인 폭력조직이나 공권력,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엘살바도르 당국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이민자들이 처할 위험을 알고도 추방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국제법은 이민자 등을 그들의 목숨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파커는 "고국을 떠난 많은 엘살바도르인에게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미국은 공정한 망명 절차를 보장하고 존엄성 있는 대우를 해야 한다"며 "추방 전에 그들이 처할 엄청난 위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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