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방역도 양극화' 한 달 새 2배 이상 뛴 마스크값 빈곤층에 큰 부담

'방역도 양극화' 한 달 새 2배 이상 뛴 마스크값 빈곤층에 큰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의 확산으로 위생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개인 방역용품이 생활필수품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 가격이 크게 뛰고 신종코로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쪽방촌 주민들이나 노인, 취업 준비생 등 경제적 빈곤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4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5곳의 마스크 한 장당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성인용 KF94 마스크는 3천148원, 성인용 KF80 마스크는 2천663원이었습니다.

2018년 4월 조사한 가격과 비교하면 KF94는 2.7배, KF80은 2.4배 각각 올랐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한 가격일 수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마스크 한두 개 구입하는 일조차 버거운 형편입니다.

노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년 빈곤층에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층 더 힘겹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 염 모(67) 씨는 "마스크를 구할 형편도 아니고 살 생각도 안 해봤다"며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쿨럭거리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 느껴진다. 역사 안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바르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폐품을 수집하는 김 모(79) 씨는 "가격이 부담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마스크를 썼다"며 "얼마 전 아들이 '그거는 하나 마나'라며 문방구에서 10장을 사다 줬는데 다 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시생 등 젊은 저소득층에게도 마스크를 수시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스럽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임 모(24) 씨는 "고시생이라 소득이 없는데 한 개에 3천원 정도 하는 마스크를 사려면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요즘은 마스크 비용 걱정에 고시원 식당 외에 다른 곳에서 밥을 사 먹는 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정 모(26) 씨는 "한 장에 2천500원 하는 마스크를 매일 아침 사서 끼고 있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나보다도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스크를 나눠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방역용품 구매 부담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나 각종 복지재단은 취약계층을 위해 방역용품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신종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관리기금 167억원을 투입하기로 지난달 28일 결정했습니다.

이 기금은 지하철역, 시내버스, 노숙인 시설, 장애인·노인 복지 시설, 어린이집, 초등돌봄시설, 보건소, 현장 구급대원 등을 위한 물품 구매 등에 활용됩니다.

대한적십자사도 조손 가정이나 독거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 4천 세대에 마스크 2만 매를 배부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남대문 쪽방촌 상담소 문 앞에는 손 소독제와 마스크가 비치해 놓고 드나드는 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 같은 사태가 장기화하고 방역용품 수급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쪽방촌이나 복지시설 등 외부 지원이 절실한 곳은 벌써 걱정스러운 표정입니다.

용산구 후암동의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도 "지난해 미세먼지가 한창일 때 후원받은 마스크가 있어 아직은 괜찮은데 점점 소진되고 있다"며 "후원을 받지 못하면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 비용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