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日 자위대도 내리는 '호르무즈 작전지침'…청해부대는 없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2.02 15: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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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다카나미함이 오늘(2일) 요코스카 기지를 출항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 속에 자국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정보 수집 활동에 나선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 근처로 함정을 보내지만 파견 목적을 모호하게 처리해서 대(對)이란 관계를 관리하는 모습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작전 해역이 확대된 청해부대 왕건함우리 해군 청해부대의 왕건함도 지난달 21일부터 작전 해역을 호르무즈 해협 너머까지 확대했습니다. 청해부대 왕건함은 미국 주도로 창설된 국제해양안보구상,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연합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작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다카나미함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란 갈등과 거리를 두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자국 선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왕건함과 다카나미함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카나미함 함장에게는 이란 정규군과 교전 등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한 명확한 작전지침이 하달됐습니다. 왕건함 함장에게는 그런 작전지침이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 자위대는 말 그대로 스스로 지키는 부대입니다. 타국을 공격할 수 없고 자국 방어만 할 수 있는 반쪽 군대입니다. 명실상부 군이 아니라서 일본군이라는 표현도 안 씁니다. 반면 대한민국 국군은 공격, 방어 모두 할 수 있는 정상적인 군대입니다. 그런데 우리 군은 기본기 중 기본기인 작전지침을 험지 파병 부대에게 내리지 않았습니다. 일본 자위대도 파병 부대의 생존 및 승리 지침을 너무나도 당연히 하달하는데 대한민국 국군은 손을 놓았습니다.

● 작전지침, 합참예규, 교전규칙이란?

작전지침은 일종의 교전규칙(rules of engagement)입니다. 정치적, 군사적, 법적으로 인정되는 교전의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 우리나라는 최상위에 유엔사가 관리하는 전시 교전규칙과 정전 교전규칙이 있고 합참예규, 작전지침 등으로 교전규칙을 단계별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전시 및 정전 교전규칙은 너무 일반적이어서 일선 지휘관들이 적용하기가 난해합니다. 이를테면 정전 교전규칙의 무력사용 규정을 보면 "무력사용은 적대행위, 적대의도에 강경하게 대처하고"라고 돼있습니다. 상대의 의도와 행동을 어디서부터 적대적으로 규정할지, 적대의도와 적대행위가 식별된들 어느 정도의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그래서 우리 군은 합참예규와 각 사령부 및 예하부대의 작전지침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합참예규와 작전지침은 모호한 적대행위, 적대의도, 무력사용의 개념을 구체화해서 현장 지휘관이 정치적, 법적, 군사적으로 합당한 교전을 할 수 있게 지도합니다.

적대행위는 통상 군 작전 임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적대의도는 공격이 임박한 경우를 말합니다. NLL을 월선한 북한 함정들이 우리 해군 함정의 경고통신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으면 적대행위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전 교전규칙에 따라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경고통신에도 불구하고 NLL 이남에 머무르는 북한 함정을 상대로 어떤 무력을 사용할지는 구체적 매뉴얼인 작전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햇볕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선제사격을 원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시위기동, 차단기동을 통해 밀어내기만 허용됐습니다. 북한 함정이 쏴야, 즉 우리 함정은 맞은 뒤에야 대응사격이 가능했습니다. 정치적 지형에 따라 작전지침이 변형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 때 '선제사격 금지' 작전지침이 적용됐고 2차 연평해전에서는 장병 6명 전사, 19명 부상, 참수리 고속정 1척 침몰이라는 우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후 NLL 작전지침은 5단계에서 3단계로 공격적으로 변했고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이후에는 '선조치 후보고' 즉 현장 지휘관이 재량껏 무력을 포함한 조치를 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지침이 적용됐습니다.
2010년 11월, 해적에게 피랍됐던 삼호드림호를 호송하고 있는 왕건함● 日 다카나미함의 작전지침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은 국제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곳입니다. 세계 최강 미국군과 중동 최강 이란군이 맞서고 있어서 언제든 교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왕건함은 우리 국적 선박 보호를 위해 항해를 하다가 미국-이란의 교전에 말려들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적대행위에 직면할 수도 있는데 한미동맹과 대이란 우호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아주 복잡한 작전입니다. 그래서 명확한 작전지침은 필수입니다.

일본 방위성은 중동으로 떠나는 다카나미함 등에 대해 명확한 작전지침을 내렸습니다. 방위성은 먼저 "정보수집 활동을 실시할 때는 활동 해역의 정세에 관한 충분한 정보수집, 안전 확보에 필요한 기재 탑재 및 사전의 적절한 교육훈련 등을 통해서 부대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고 명했습니다. 화약고와 같은 곳이다 보니 중동 정세를 면밀히 살피고 사전에 대비 훈련도 철저히 하라는 지시입니다. 다카나미함은 지난달 30일 상정 가능한 모든 긴급 상황에 대해 도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방위성은 또 "파견 수상부대와 항공대의 장은 예기치 못한 사태의 발생 등 상황의 변화를 파악했을 경우, 즉시 그 상황을 자위함대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별도의 명령에 대비한다", "보고를 받은 자위함대 사령관은 해당 사태의 발생 등 상황의 변화에 대해 즉시 통합막료장을 통해 방위상에게 보고한다"고 명령했습니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 힘든, 국제 정치적으로 복잡한 곳이니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선보고 후조치'하라는 지침입니다.

방위성의 지침은 "본 명령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통합막료장에게 지시하도록 한다"로 마무리됐습니다. 통합막료장, 우리 식으로 치면 합참의장이 세부 작전지침을 마련해 중동 파견 부대에 하달한다는 겁니다.

군도 아닌 자위대도 이렇게 작전지침을 하달하고 소규모 전술제대가 작전에 임할 때도 별도 작전지침이 내려갑니다. 하지만 규모나 힘으로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국군은 청해부대에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따른 작전지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기존 작전지침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존 작전지침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라는 정치적 요인의 변화가 상정되지 않은 작전지침입니다. 중동 최강 이란 정규군과 교전이라는 새롭고 구체적 위협도 기존 작전지침에는 없습니다.

자위대의 중동 파견 준비 태세와 우리의 작전지침 없는 파병을 비교하는 기자의 지적에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왜 자위대와 비교하느냐", "작전지침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장병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 자위대가 아니라 북한 인민군과도 비교해야 합니다. 기존 작전지침을 공개하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제발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맞는 지침을 청해부대에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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