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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수진-이탄희, '법복정치인'들의 말은 진실일까?

[취재파일] 이수진-이탄희, '법복정치인'들의 말은 진실일까?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20.02.02 09:35 수정 2020.02.06 10: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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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전 부장판사·이탄희 전 판사 (사진=연합뉴스)공직에 나서려는 정치인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기본적 기능입니다. 특히 얼마 전까지 법정에서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였고, 판사 시절 행적을 정치 입문의 명분으로 제시한 '법복정치인'이라면 발언의 진실성에 대해 언론이 팩트체크하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이수진-이탄희 전 판사의 '사실과 다른 말'

그런데 최근 민주당에 잇달아 입당한 이수진-이탄희 전 판사의 발언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됐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내용 중 일부는 제가 알고 있던 사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알아봤지만, 다시 확인해 봐도 이들의 발언이 사실과 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두 사람의 어떤 발언이 사실과 다른 것이며, 정확한 사실은 어떤 것인지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27일 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이수진 전 판사가 한 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이른바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의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그런데 이수진이라는 이름 앞에 '물의 야기 판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법관으로 양심을 지키고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무분담과 인사평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블랙리스트 판사'가 됐습니다. 1심 재판을 약화시키고 법원의 구조를 공룡처럼 만들려는 상고법원을 반대했다는 이유, 법원 내 불의한 압력을 물리쳤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법관으로서 제 자존감은 짓밟히고 판사로서 자긍심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 이수진 "'블랙리스트 판사' 됐다."…사실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물의 야기 판사'나 '블랙리스트 판사'가 됐다는 이수진 전 판사의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라고 불리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이수진 전 판사가 주장해온 '부당한 인사 불이익' 피해는 법원 내부 진상조사나 검찰 수사에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수진 전 판사와는 달리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피해자로 언급된 판사들은 10명 넘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어떤 개념이고,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이 왜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2017년 초 언론이 '사법농단'이라는 사건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거론한 개념입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았던 이탄희 판사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근무하던 이규진 판사로부터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법관들의 성향을 분류한 파일'이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행정처 내부에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사법부 블랙리스트'란 무엇인가?

그러나 '어떤 문건을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논쟁이 지속된 이슈였습니다. 법원이 처음으로 구성한 조사단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어떠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었음."이라고 결론내렸지만, 2차, 3차 진상조사를 거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부적절한 일을 저지른 정황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2차 진상조사단('추가조사위원회')은 법원행정처와 가까운 "거점법관"들이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성향의 법관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파악해 분류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문건 등이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를 2018년 1월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까지도 이런 문건을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은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일부 법관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분류한 정황을 담은 문건은 발견되었지만, 이 같은 자료를 법원행정처가 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단순히 '참고'만 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성향의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기준으로 활용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정치적 성향이나 법원 행정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한 '부당한 인사 불이익'이 있었는지는 (언론이 제시한 개념인)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누구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없다.'라고 주장하기 힘들 정도로 성격이 분명한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판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이 법원 내부 진상조사 과정에서 제출을 거부했던 "물의 야기 법관"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것입니다. 이 문건의 존재가 보도된 뒤 한 검찰 관계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언론이 만든 개념이긴 하지만, 이 문건을 '사법부 블랙리스트' 성격의 문건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이 '블랙리스트'로 규정된 이유

그렇다면 도대체 "물의 야기 법관"이라는 문건이 무엇이기에 사실상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해당한다고 검찰과 언론이 결론을 내렸던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일까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이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은 말 그대로 '물의'를 일으킨 판사들의 명단을 정리한 문건입니다. 이 문건에는 판사의 이름과 간단한 프로필 등과 함께 해당 판사가 일으킨 '물의'가 무엇인지 설명돼 있습니다. 예컨대, A 판사는 성추행을 했고, B 판사는 음주운전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법원행정처는 이 문건을 명단에 이름을 올린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근거 자료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문제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실제로 물의를 일으킨 판사들과 함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을 비판한 판사들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언론 기고문을 썼다는 이유나,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대리투표 사건이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당 판사들을 성추행이나 음주운전을 한 판사 등과 함께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넣어 인사 불이익을 준 것입니다.

성추행을 저지르거나 음주운전을 한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은 부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기고문을 썼다는 것이나 재판에서 법원행정처의 뜻과 다른 판결을 선고했다는 것을 '물의'라고 규정해 인사 불이익의 근거 자료가 기능하는 문건에 적는 것은 분명히 부당한 일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당한 판사가 2013년 초부터 2017년 초에 걸쳐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이 문건의 존재가 드러난 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던 이들은 할 말을 잃게 됐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 ● 이수진 전 판사,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이름 없어

이수진 전 판사의 발언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수진 전 판사가 입당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블랙리스트'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의미하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이수진 전 판사가 사전에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쳤을 입당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자신을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소개하면서 "이수진이라는 이름 앞에 '물의 야기 판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또, "사무분담과 인사평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블랙리스트 판사'가 됐다."라는 발언을 통해서도, 단순히 동향이나 성향을 관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는 것을 '블랙리스트 피해'로 규정한다는 점을 이수진 전 판사는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이수진 전 판사는 "물의 야기 법관(판사)"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이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초에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확보해 분석했지만 이수진 전 판사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물의 야기 판사'로 규정됐다는 취지의 이수진 전 판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수진 전 판사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이수진 전 판사는 저와의 통화에서 "내가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들어 있다는 한국일보 기사가 있어서, 나도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한국일보가 2018년 11월 21일에 보도한 "[단독] 양승태 사법부, 눈엣가시 법관 인사 불이익 이어 주요업무도 배제"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이수진 전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 언급된 다른 내용과 달리 이수진 전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 검찰이 2019년 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한 뒤, 국회의원실을 통해 공소장이 공개됐는데, 공소장에는 이수진 전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와 있지도 않고, 부당한 인사 불이익 피해자로 언급돼 있지도 않습니다. (반면 다른 판사 10여 명은 부당한 인사 불이익 피해자로 언급돼 있습니다.)


● '기사 한 건'을 믿고 말했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 내용에 대해서 언급한 기사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수백 건이 넘게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해당 기사를 제외하고는 이수진 전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었다고 보도한 기사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 당시 많은 기자들이 이수진 전 판사의 이름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수진 전 판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물이 아니어서 굳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입니다.
임찬종 취파용물론 이수진 전 판사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한국일보 보도를 믿었기 때문에 '영입 인재' 입당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이름에 '물의 야기 판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법원에 있었던 이수진 전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자신이 '인사 불이익 피해자'로 언급돼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또, 검찰에서 여러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만큼 검찰 수사팀을 통해서 자신의 이름이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있는지 확인해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 확인 없이 한국일보의 (그동안 민주당의 여러 인사들이 신뢰할 수 없는 기사 유형이라고 비난해온) 이른바 '검찰발 기사' 한 건을 믿고 '물의 야기 판사라는 이름이 붙었다.'라고 말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 이수진이 주장한 '인사 불이익'…"사실 여부 확인 안 돼"

이수진 전 판사의 이름이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있는지와 관계없이, 이수진 전 판사가 주장하고 있는 '부당한 인사 불이익 피해'가 사실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는 사법농단과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사실상 처음으로 언급된 2018년 8월 JTBC와의 인터뷰 때부터 법원행정처의 인사방침을 비판하는 법원 내부 공개 토론회를 막아달라는 고위 법관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통 3년 동안 맡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직을 이례적으로 2년밖에 하지 못했고, 이후에는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발령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수진 전 판사의 입당 기자회견 당시 민주당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일단 대법원 재판연구관 자리에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에 다른 보직으로 발령받는 것이 이례적인 조치인 것은 사실입니다.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보통 서울 근무 이후 배정되는 비수도권 보직 중에서 판사들이 선호하는 '좋은 보직'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이수진 전 판사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2년밖에 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이례적인 경우이긴 합니다.

문제는 이수진 전 판사의 '이례적' 인사가 부당한 인사 불이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법원 내부 진상조사와 이어진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수진 전 판사에 대한 이례적 인사 조치의 배경과 관련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이 발견되긴 했습니다. (※ "물의 야기 법관" 문건과는 다른 문건입니다.) 하지만 "물의 야기 법관" 문건 등에 언급돼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은 판사들에 대한 설명과 달리, 이 문건에 등장하는 이수진 전 판사에 대한 평가에는 사법행정에 대한 비판 등과는 관련 없는 내용들만 적혀 있습니다.

이 문건에는 이수진 전 판사가 '근무 성적이 떨어지고, 근무 자세에 문제가 있다.'라든가 '보고 건수가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라든가 '정치권에 진출하겠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고 다닌다고 한다.' 등 사법행정 비판과는 관련이 없는 평가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관 인사 제청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다거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외부 기고문을 썼다는 것 등이 인사 불이익을 줘야 하는 이유로 규정된 다른 '인사 불이익 피해자' 판사들과는 평가의 성격이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물론 이수진 전 판사가 법원행정처 측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핑계를 만들기 위해 근무 태도를 문제 삼은 문건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수진 전 판사의 근무 성적 등에 대한 문건을 작성한 담당자는 검찰 조사에서 이 문건은 사법행정 비판과는 전혀 무관하며 담당 심의관이 직접 확인했거나 복수의 관련자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에게 토론회를 막아달라는 요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원 내부 진상조사단과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인사 정책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막아달라는 고위 법관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라는 이수진 전 판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입니다.

(※ 특히 당시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 때보다도 더 많은 검사들을 투입해, 조국 전 장관 사건 때보다도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집중 수사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된 이수진 전 판사의 '부당한 인사 불이익' 의혹에 대해 증거가 있는데도 검찰이 묵살했을 가능성은 작습니다.)


● 사법농단 비판에 일부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론 이수진 전 판사가 사법농단과 관련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수진 전 판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제게 말한 것처럼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내가 만들었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도 내가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과장된 발언일 수 있겠지만, 이수진 전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서 초창기부터 활동한 것은 맞습니다. 2018년 8월 3일에 JTBC '뉴스룸'과 실명으로 인터뷰하면서 강제징용 사건을 총괄부장이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대법원 재판연구관 민사 사건 심층조에 내려 보내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사건이 대법원 내부에서 고의로 지연됐던 정황에 대해 밝힌 것도 사실입니다.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의 업무 처리 구조를 검사들에게 설명해준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수진 전 판사가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일부 기여를 했다고 해서, 정치 입문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물의 야기 판사'였고 인사 불이익을 받은 '블랙리스트' 피해자였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공직에 나서려는 사람이 공식적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은 과거의 업적이나 공헌과 관계없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 이탄희 전 판사 영입 ● 또 다른 '영입 인재' 이탄희 전 판사도 허위 발언 논란

이수진 전 판사에 앞서 역시 민주당이 사법농단과 관련된 '영입 인재'로 발표한 이탄희 전 판사 역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탄희 전 판사와 관련된 허위 사실 논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월 19일 입당 기자회견 당시 민주당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탄희 전 판사가) 법원 내 사법농단 은폐세력에 맞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양심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라는 내용이 소개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탄희 전 판사가 입당 기자회견 다음 날인 1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법원 내부 비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답한 아래와 같은 발언입니다.

◇ 김현정: 법원 내부에서 비판. 그건 아닙니까?

◆ 이탄희: 그것은 제가 오늘(1월 20일) 아침까지도 법원 내부에 있는 익명 게시판 이런 것들을 여러 가지 간접적인 방법으로 확인을 해 왔고 또 법원 내 실명으로 여러 판사들이 글을 썼는데요. 그 내용들은 오히려 저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지하고 성과를 꼭 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내용으로 제가 확인을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견들 가지고 계실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그런 의견들 계속 경청해 나가겠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이탄희 전 판사에 대한 소개와 이탄희 전 판사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법원 내부에서 나왔습니다. 2017년 처음으로 열렸던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인천지방법원 대표로 참석했던 이연진 판사가 지난 1월 22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이탄희 전 판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 이연진 판사 "사실 부합 부분 없어…법복 들고 다니는 정치인"

이연진 판사는 우선 "'이탄희는 법관 재직 시절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하였다'고 일제히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탄희 님은 당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자였고, 2017. 5. 경 휴직하였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조사 대상자 또는 휴직자가, 소속 법원에서 조사위원 후보로 추천되거나 대표로 선출될 수는 없으니까요. 이탄희 님은 지금까지 전국법관대표회의장에 온 적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이 없어서 보도 경위를 선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아가 3일이 지나도록 보도가 정정되지 않고 있음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탄희 님 본인이 위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아는데 왜,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도가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언론보도를 검색해보아도, 페이스북을 설치하여 확인해보아도 오보에 관하여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오보와 그 정정이 없음에, 이탄희 님에게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설사 본인이 한 말이 아니더라도, 이탄희 전 판사가 잘못된 소개에 대해서 정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연진 판사는 또 이탄희 전 판사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습니다. "법원 내 어디에, 여러 판사들이, 실명으로, 이탄희 님을 지지하고 성과를 꼭 냈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다는 것입니까."라고 '자신을 지지하는 글이 대부분'이라는 이탄희 전 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탄희 전 판사에 대한 많은 사람의 시각을 언급하며 "이탄희 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습니다. 그냥 사실도 아니고 '이탄희가 확인한 후 바로잡은 사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면서 사실이 아닌 말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반대사실이라며 말합니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연진 판사는 "판사 시절 무엇을 했음을 정치 입문 후에도 주요 자산으로 삼는" 모습은 "법복을 벗은 후에도 여전히 법복을 들고 다니는 정치인으로 보인다."라며 '법복정치인'이라는 표현으로 이탄희 전 판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이탄희 "보도자료는 내가 쓴 것 아냐…전해 들은 그대로 말한 것"

이연진 판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탄희 전 판사는 SBS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해명을 해왔습니다.

우선 민주당 보도자료에 소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했다.'라는 점에 대해선 "보도자료 부분은, 영입 당시 배포된 8쪽짜리 보도자료에 제가 직접 쓴 것은 아니지만 제가 살아온 과정이 담겼는데, 그중 법관대표회의라는 기구를 조직했다는 표현이 한 문장 들어갔습니다. 그 기구가 만들어진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그건 법원 내부의 역사이기 때문에 저는 법원 내부에서 정리하실 몫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분들 뜻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그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거나 현직 판사들과의 연결 관계를 드러낼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임찬종 취파용또, 법원 내부에 자신을 지지하는 글이 대부분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게시글 관련해서는, 저는 제게 전해진 그대로 말한 것이고, 제가 직접 내부 게시판을 확인했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발언의 전후 맥락과 취지는 당시 법원 내에서 비판만 많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판사들도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당일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나가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자료를 직접 작성하지 않은 이탄희 전 판사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 내부 글 대부분이 나를 지지하는 내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전해진 그대로 말한 것"이고 "직접 내부 게시판을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은 조금 궁색해 보입니다. 법원 내부 게시판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법원 게시판에 직접 접근 가능한 사람을 수백 명쯤 알고 있는 이탄희 전 판사가 "저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지하고 성과를 꼭 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내용으로 제가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인터뷰를 듣는 사람들은 이를 '확인된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사법농단 비판'을 오염시키는 '법복정치인'

앞서 저는 사법농단 비판에 참여했던 판사들이 이런 경력을 내세우며 특정 정당 소속으로해 잇달아 정치에 입문하는 것은 실제로는 정파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사법농단 비판'을 정파적-정치적 이슈로 인식되도록 오염시키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한 직접적 피해자는 지금도 법원에서 재판에 매진하며 비정파적이고 비정치적 입장에서 사법농단 극복에 힘쓰고 있는 판사들이며, 궁극적 피해자는 공정한 재판과 독립된 법관에 대한 권리가 있는 국민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수진-이탄희 전 판사가 사법농단 비판을 정파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에 입문하는 자리에서, 또는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력이나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이 비판받을 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법농단 비판' 경력을 명분 삼아 정치인으로 변신한 전직 판사들을 비판하면 곧바로 사법농단이나 이른바 '적폐 세력'을 옹호하려는 음모라고 '프레임'을 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장 이수진 전 판사 역시 취재 과정에서 저에게 "'저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흘리는 모양"이라면서, 자신의 발언을 비판적 관점에서 검증하려는 기자가 이른바 '적폐세력' 또는 '적폐판사'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 '법복정치인' 비판은 정파적 주장 아냐

하지만, 저는 '재판거래'라는 용어를 사용해 검찰 수사에 앞서 사법농단의 핵심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한 기자 중 한 명이며, 이후에도 SBS 8시 뉴스 보도와 취재파일 등을 통해 사법농단에 대해 비판적 관점의 보도를 이어간 바 있습니다. 제기 사법농단과 관련해 적어도 다른 어떤 기자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비판적 관점의 기사를 쓴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공정한 관점의 비판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이런 사실을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지만, 적어도 "저쪽"의 말을 듣고 이수진-이탄희 전 판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며, 정파적 논리나 진영논리에 입각해 보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사법농단 비판'은 이수진-이탄희 전 판사의 사유물이 아닙니다. 이수진-이탄희 전 판사에 대해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사법농단 비판을 부정하는 시도가 될 수도 없습니다. 모든 보도와 비판에 정파적인 진영논리를 들이대는 어떤 사람들의 생각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공직에 나서려는 정치인의 발언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 책무일 뿐입니다.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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