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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병상 부족' 극히 심각…"발병 열흘 뒤에야 입원 가능"

우한 '병상 부족' 극히 심각…"발병 열흘 뒤에야 입원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발병 근원지인 우한의 병상과 의료 물자 부족 문제가 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중국 경제매체 중신징웨이와 홍콩 명보는 신종코로나가 발병했지만, 병상 부족으로 입원을 못 해 열흘간이나 기다려야 했던 우한 주민 장핑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노년의 장 씨는 지난 12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살아 있는 가금류를 판매하는 친구와 한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됐다.

이 친구는 이후 신종코로나가 발병해 입원했다고 한다.

결혼식 참석 후 1주일가량 지난 20일에 장 씨는 열이 나기 시작했고, 23일 우한 중심병원을 찾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진찰 후 의사는 "십중팔구 신종코로나가 틀림없다"고 했다.

이에 장 씨는 신종코로나 전담 병원인 적십자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병원은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장 씨의 딸은 "접수하는 데만 3∼4시간이 걸렸고, 저녁 7, 8시가 돼서야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며 "다음날 새벽 4시가 돼서야 겨우 주사 1대를 맞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흘 연속 병원에 갔지만, 주사 1대를 맞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아야 17∼18시간, 길게는 20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 씨와 사위 리셴 씨는 병상을 구하기 위해 병원 의자에서 잠을 자면서 대기했고, 결국 사위 리 씨마저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

26일 밤 두 사람은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의사는 "아직 증상이 가벼우니 집에 돌아가서 치료하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장 씨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증세는 계속 악화할 뿐이었다.

27일에는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이 나왔지만, 입원은 아직 꿈도 꿀 수 없었고 장 씨에게는 중증 폐렴 증상마저 나타났다.

이에 장 씨의 딸은 아버지에게 병원을 떠나지 말고 병상을 잡을 기회를 노리라고 조언했고, 장 씨는 병원 복도에 간이침대를 놓고 수일 동안 버틴 끝에 30일 겨우 푸아이(普愛)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20일 발병한 지 열흘 만의 입원이었다.

하지만 장인을 돌보다가 신종코로나에 걸린 사위 이 씨는 아직도 병상을 구하지 못한 채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신종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213명 중 후베이성의 사망자는 204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우한 내 사망자만 15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후베이성 정부는 "겨울철인 지금은 유행성 독감과 호흡기 질환이 확산하는 시기여서 신종코로나까지 더해 3가지 질환이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다"며 "신종코로나와 다른 질환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한 내 19곳을 비롯해 후베이성 내에는 130곳의 신종코로나 전담병원이 있다"며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하므로 임시병원 2곳을 다음 달 5일부터 가동해 병상 2천 개를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우한 내 병원들은 심각한 의료 물자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우한 화중과기대 퉁지(同濟)의학원 부속 셰허 병원의 한 의사는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물자가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없다"며 긴급 물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의사는 "병원 내 의료 물자가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며 "방호복 3천 벌, N95 마스크 5천 개, 외과용 마스크 8천 개, 방호 안면 마스크 1천 개 등이 필요하니 부디 기부해달라"고 호소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후베이성 등에서 물자 부족을 호소하며 기부를 요청한 병원은 170여 곳에 달하며, 이 가운데 우한 내 병원만 32곳에 이른다.

하지만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후 휴업을 이어가는 기업 등이 많아 물류가 원활하지 않은 탓에 의료 물자 조달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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