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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③ 바뀌지 않는 문제 심사…21대는 달라질 수 있나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마부작침] ③ 바뀌지 않는 문제 심사…21대는 달라질 수 있나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018년부터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분석해 왔다. 이번에도 여느 해처럼, 또는 더 소란스럽게, 혹은 더 외면받으면서 국회 심사를 거쳐 새해 예산이 확정됐다. [마부작침]은 국회 예산회의록 4,795페이지를 근거로 예산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의원님, 마지막 예산 심사 제대로 하셨습니까?
 
● 3년 연속 증가한 '국회발 신규사업'

'국회발 신규사업'은 원래 정부 예산안엔 없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사업을 가리킨다. 2018년 예산에서 국회발 신규사업은 447건이었는데 2019년은 453건, 올해는 작년보다 서른 건 이상 늘어난 487건이었다.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사업 수뿐 아니라 사업 예산 규모도 올해가 역대 최대다. 2018년은 1조 2,580억 원, 2019년은 9,929억 원으로 1조 원 안팎이었는데 올해는 8조 557억 9,5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예산 규모가 작년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에는 공익기능증진 직불제 사업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 직불제 사업은 농사 짓는 사람에게 농지 면적당 일정액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다. 기존 직불제는 쌀에만 편중돼 있었는데 올해부터 모든 작물 대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공익기능 증진직불금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농림부 예산안에 담겨 있지 않았는데 국회에서 추가했고, 근거가 되는 법률인 '농업ㆍ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은 예산 확정 이후인 지난해 12월 27일 통과됐다. 예산부터 주고 근거 법령을 나중에 만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재ㆍ부품ㆍ장비 관련 사업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예산액이 늘어났다. 역시 정부 예산안에 없었던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특별회계(이하 소특회계)를 국회 심사 과정에 새롭게 편성했고 소특회계에 포함될 사업들을 신규 사업으로 집어넣었다. 이 또한 예산부터 확정해 놓고 소특회계의 법적 근거가 되는 부수 법안을 통과시켰다.  
 
● 3년째 반복되는 '4불(不) 심사'

[마부작침] ②편 기사에서 살펴봤듯 '4불 심사'는 올해도 계속됐다. 특히 불법 예산과 불용 예산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관련 법령과 예산 편성 지침을 어기면서 편성한 불법 예산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증가했다. 2018년에선 8건을 확인했는데 올해는 79건이나 발견됐다.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사업성이 낮거나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큰 불용 예산 역시 3년 연속 증가했다. 2018년 4건, 2019년 11건에 이어 올해는 15건으로 분석됐다. 15건 중 13건이 지역성 사업이었다. 여기에 배정한 예산 규모 또한 매년 2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45억 원, 2019년 131억 1,000만 원, 올해는 499억 9,200만 원이다.
 
개별 사업에 대한 논의 없이 뭉텅이로 처리하는 불심사 예산, 회의록에 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불논의 예산은 작년보다 감소했다. 불심사 예산은 2018년 수준인 48건으로 줄었다(2018년 42건 → 2019년 114건 → 2020년 48건). 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불논의 예산은 줄긴 했지만 올해도 100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매번 국회에서만 집어넣는 사업들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기초생활체육 저변 확산 지원사업'. 작년에도, 올해도 정부안에선 빠졌지만 국회에서 요구해 예산이 편성된 사업이다. 정부 측은 사업 지연으로 예산을 편성해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영등포의 신길 복합문화체육센터 등 2곳 예산이 편성됐다. 2년 연속 이 사업 예산을 요구한 김영주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영등포구다. 이렇게 정부예산안엔 없었지만 국회가 2년 연속 추가한 사업이 2020년에 27개, 457억 4,800만 원 규모다. 이 중 24개 사업이 지역성 사업이었다.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부산항축제 지원', '교사 겸직 원장 지원비' 사업은 2015년부터 6년 연속 국회발 신규사업으로 반영됐다. '영일만 횡단대로' 사업은 5년 연속, '대한민국 청소년트로트 가요제'와 '서울 K-POP 공연'은 4년 연속, '코리아드라마 페스티벌'과 '동북아 해양관광레저 특구 조성지원'은 3년 연속 국회에서 추가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정부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거나 시급성을 간과한 사업을 국회에서 추가하는 건 예산심사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마부작침]이 이제까지 접촉했던 모든 의원들은 자신들이 요구했던 신규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사업들은 정부 예산안에서 매번 제외되고 있고 국회에서만 추가되고 있다는 점은 사업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 2년 이상 연속 국회발 신규사업 전체보기  http://bit.ly/2OaXwyI
 
● 회의록 피하기 대작전? 소소위 대신 '간사 협의체'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정회 중인데 기획재정부 차관은 들어오라는 의원의 주문,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회의에서 오간 모든 발언을 기록하던 속기사는 정회 중 기록을 멈췄다. 김성식 의원이 기재부 차관과 나눈 대화는 제 3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른 회의록에서도 의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잠시 정회 요청하시고요, 이게 속기록에 남으니까." 같은 발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회 회의록은 국회에서 열린 회의의 내용과 결과를 충실하게 기록한 문서다. 공적 기록으로 누구나 볼 수 있다. 특히 예산회의록은 의원들이 국가 예산을 어떤 의도로 증액하거나 감액했는지, 신설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원들이 나서서 회의록에 논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예산회의록에서 400회나 등장했던 깜깜이 심사의 대명사격인 '소소위'는 이번 예산 심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소소위는 소위원회의 소위원회, 예산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야 간사와 정부 관계자만 참여하는 기구다. 법에 없는 임의기구라 공개하거나 기록을 남길 의무가 없는데 그 동안 국회는 심사 막바지에 쟁점 예산 상당수를 소소위에서 '깜깜이 심사'해 문제가 됐다. 
 
[마부작침]을 비롯한 언론들이 계속 지적해왔기 때문에 바뀐 것일까. 그런 것처럼 보였다. 여야는 소소위 대신 간사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소소위와 달리 간사 협의체 회의는 회의록을 남기겠다는 방침까지 내비쳤지만 결국은 공개도 기록도 하지 않았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운영은 소소위와 다를 게 없었다.

2019년 11월 27일 열린 예산결산특위 예산안등조정소위 마지막 회의에서도 간사 협의체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염동열 의원은 "15명이 11차례 회의에서 전체 772건을 처리하지 못해 482건을 보류했다"면서 "여야 간사 3명이 482건을 사흘 동안 처리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현재 의원은 "심사 과정이 항상 밀실, 깜깜이 비판을 받아왔다"며 "반드시 공개하고 속기록을 남길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간사 협의체는 그럼에도 개명 전 소소위처럼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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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님, 예산심사 언제까지 이렇게 하실 건가요?
 
[마부작침]은 2018년부터 올해 2020년 예산까지 3년 연속 국회 예산회의록을 분석해 국회의 부실한 예산 심사를 비판했다. 일부 나아진 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보조금관리법 및 시행령을 무시해가면서 편성했던 서울시 하수 관련 예산은 올해 편성되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지역 예산을 꽂아넣거나 법과 지침을 무시하는 발언이 나오는 경향은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매년 국회 신규 사업은 증가했고 '4불 심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회의록을 '패싱'하려는 의원들도 목격됐다. 스스로 지적했듯 시간에 쫓겨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채 상당수 예산 심사를 법외 기구에 넘겼다. 2020년 예산 심사는 아예 공직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개정 논의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제1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쟁점 법 개정을 가로막자 여당과 다른 야당들은 자기들끼리 새해 예산을 확정해 버렸다. 이대로는 21대 국회에서도 '구태 심사'가 개선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예산 심사 기간 자체를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예산안 제출 뒤 두 달이 지나 심사를 시작하고 한 달여 만에 끝내야 하는 구조에서는 졸속 심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정감사를 6월에 하거나 상시 국감으로 전환하고 9월부터 예산 심의에 들어가는 등 예산 심사 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소위나 간사협의체처럼 주요 예산에 대한 모든 논의는 최소한 기록이라도 해야 한다"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부작침]은 21대 국회의 첫 번째 예산 심사, 2021년 예산 심사는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고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취재: 심영구, 정혜경  데이터 분석: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김민아  인턴: 이승우,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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