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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조원 민정수석과 서훈 국정원장은 왜 만났을까?

[취재파일] 김조원 민정수석과 서훈 국정원장은 왜 만났을까?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20.01.28 16:00 수정 2020.01.28 16: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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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서훈 국정원장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그리고 서훈 국정원장. 권부(權府)의 두 핵심이 지난 22일 저녁, 청와대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엔 민정수석실 소속 주요 비서관들도 참석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국정원 측 핵심 간부들도 다수 동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 문 대통령 '국정원 개혁' 강조 뒤 만난 민정수석-국정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이어 '경찰·국정원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직후인 만큼 두 사람의 만남에 관심이 쏠립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밝혔고, 21일 국무회의에선 보다 구체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언급했습니다.

"국정원 개혁도 입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국정원은 이미 국내 정보 수집부서를 전면 폐지하고, 해외·대북 정보활동에 전념하는 등 자체 개혁을 단행했지만 이를 제도화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있고, 20대 국회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검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공수처, 국정원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면서 개혁을 완성할 수 있도록 통합경찰법과 국정원법의 신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집권 중반기 시작과 함께 경찰과 국정원 개혁을 화두로 꺼낸 건, 숙청 논란까지 번졌던 검찰 개혁이 청와대 수사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정부 출범부터 공약했던 권력기관 개혁이란 큰 그림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속'과 '중도층 지지확대'를 함께 노린 정치적 메시지란 해석도 나왔습니다.

실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권력기관 개혁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탭니다.

이에 따라 이날 만남에서도 국정원 개혁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됐을 걸로 예측됩니다. 실제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날 만찬을 먼저 제안한 건 국정원 측으로 보입니다. 국정원이 개혁 방향과 관련해 청와대에 전할 메시지, 혹은 입장이 있었단 추론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다만 청와대는 "만남 자체도, 만남에서 무슨 이야기가 논의됐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도 "국정원장의 동선과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없는 사안"이라고만 답했습니다.

● 국정원법 개정안 핵심 '대공수사권 이관' 논의 가능성

청와대와 국정원 모두 확인을 거부했지만, 논의했을 걸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대공수사권 이관'입니다.

지금까지의 국정원 개혁안 뼈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국정원법 개정안(민주당 김병기 의원 발의)에 담겨 있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국회 통제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원이란 명칭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2018년 1월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런 내용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의 구상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그중에서도 핵심은 수사 기능,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공수사 기능 폐지·이관' 여부입니다. 국정원이 오랫동안 사실상 독자적으로 해왔던 대공수사를 경찰에 넘기는 건데, 정보와 수사를 모두 손에 쥔 무소불위의 국정원을 견제하기 위해 나온 방안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 대공수사라는 명분으로 공권력 남용을 통제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도 이관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국정원 내부 반발입니다. 아직도 국정원 내부에선 "경찰로 수사권을 이관하면 대공수사 역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운 반대 기류가 강합니다. 정보 입수가 사실상 수사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분리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는 주장입니다. 수사권을 넘길 경우 생길 내부 인력 이동 문제 같은 조직 논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보입니다.

서훈 국정원장도 국내 I.O(정보관) 폐지 같은 개혁방안은 서둘러 진행했지만,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선 이렇다 할 속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정원이 다른 건 다 내줘도 대공수사권 이관만큼은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수사권 이관에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도 미온적인 게 사실입니다. 국정원으로서는 청와대만 설득한다면 국회의 문턱은 상대적으로 쉽게 넘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훈 국정원장반면 청와대는 대공수사권 이관이 문 대통령 공약의 핵심인 만큼 철회는 어렵단 입장입니다. 국정원의 논리를 역으로 적용하면, 인지부서 축소나 수사·기소권 분리 같은 검찰 개혁의 핵심 개념과 충돌하기 때문에 청와대로선 '논리적 운신의 폭'도 넓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현행법과 김병기 의원의 안, 그리고 국정원이 낸 수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종합적 입장을 김 수석이 서 원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청와대는 여러 안들을 검토해 청와대 차원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민정수석실과 국정원의 수장이 만난 만큼 청와대 조정안을 바탕으로 간극을 좁혀나가는 논의를 했을 여지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당장 20대 국회 안에라도 국정원법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겠단 계획입니다. 총선 때문에 여의치 않다면 21대 국회가 꾸려진 뒤 다시 입법화에 나설 겁니다. 국정원법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국회를 통과할까요. 예측은 다소 섣부르지만, 김 수석과 서 원장의 22일 만남은 중요한 단서 중 하나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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