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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후쿠시마, '상수'가 된 불안 - ①

원전 폐로 현장 취재기

일본 정부 외무성과 일본 외신기자클럽(Foreign Press Center Japan)이 주최하는 현장 취재 프로그램으로 지난 1월 22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1년 전 도쿄 특파원 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해 여름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어촌과 귀환곤란구역 취재를 진행했을 때 원전 입구까지는 접근한 적이 있었지만, 정식 취재 허가를 받고 원전 부지 내부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취재에는 SBS 외에도 프랑스, 스위스, 시리아 등에서 온 일본 특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을 둘러보며 취재한 내용을 취재파일 두 편으로 나눠 전해드리겠습니다.

● 버스를 갈아타고 원전 부지로

오전 11시, 취재진이 탑승한 버스는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富岡) 마을에 있는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도착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원전 방문을 위해서는 여기서 도쿄전력의 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도쿄전력의 버스를 타기 전에 지참해서는 안 될 물건에 대한 안내를 받습니다. 취재진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PC, 태블릿을 갖고 갈 수 없고, 취재를 위한 수첩과 필기구, 사전에 출력한 자료, 카메라가 없는 IC 녹음기, 개인용 방사선 선량 측정 기구는 가져갈 수 있습니다. 부지 내에서의 촬영은 사전에 촬영자로 등록된 취재진이 소지한 동영상용 1대, 스틸 사진용 1대에게만 허용됩니다. 취재진이 도쿄전력의 버스에 올라타 원전 현장으로 출발한 뒤에도 같은 안내가 반복됐는데, '소지 불가 품목'에 최근 '스마트 워치'가 추가됐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와 저는 차고 있던 시계도 도쿄전력의 버스 안에 보관해야 했습니다.

왕복 2차선의 6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10분 정도 이동한 뒤, 252번 지방도를 만나 바닷가인 동쪽으로 방향을 꺾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검문소가 간헐적으로 나타납니다. 버스 앞에 붙은 '시찰자 전용'이라는 표시를 확인한 뒤 근무자들이 통과를 시키는데,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 특별히 방호복을 갖춰 입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도쿄전력 협력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협력기업동'과 최근에 완공된 도쿄전력의 '신사무동' 사이 주차장. 여기서 내려 원전 출입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건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취재진이 건물 안으로 이동하는 사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오가고, 무리 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도쿄전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하루에 약 4천 명이 오가며 근무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원전 내부에서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반대로 근무 시간이 되어 '출근'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곳곳에서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복장은 대개 흔히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작업복 차림으로, 방호복으로 몸을 감싼 사람이 있었다면 눈에 확 띄었을 텐데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방호복이 필요한 근무와 그렇지 않은 근무가 각각 있는데, 방호복은 현장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취재진이 곧 통과할 '입장-퇴장 관리 시설'에서 임무에 맞게 착용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분위기를 굳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어딘가 큰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 입구의 출근길 자료화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공항보다 더 엄격한 출입 과정

11시 20분. 취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입장-퇴장 관리 시설'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출입 절차가 상당히 엄격했습니다. 우선 취재진이 지참한 신분증을 근무자들이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하고, 손가락의 지문을 스캔합니다. 신분증과 지문 정보를 '임시 출입증'의 IC 칩에 등록한 뒤 그 출입증을 목에 겁니다. 일단 그 상태로 전자식으로 개폐되는 게이트를 한 번 통과한 뒤, 소지품 검사와 금속물 탐지를 담당하는 게이트를 한 번 더 통과합니다. 공항에서 해외로 나가는 과정을 두 번 정도 반복하는 셈입니다. 게이트는 입구가 12개 있어서 여러 사람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통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마침 근무 교대시간인지 게이트 주변은 들고 나는 원전 근무자들로 살짝 붐비고 있었습니다. 취재진 12명과 인솔자들이 모두 임시 출입증에 정보를 등록하고 게이트 두 개를 통과하는 데 약 30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싶었지만 등록된 카메라로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WBC 검사
그다음에는 줄지어 2층으로 이동해 WBC(Whole Body Counter) 검사를 받습니다. 체내에 갖고 있는 방사성 물질의 양을 수치로 나타내는 검사인데, 이 검사를 원전 출입 전에 한 번, 출입 후에 한 번 해서 수치를 비교합니다. 그 차이를 통해 원전 부지에서 내부 피폭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WBC 검사는 옷을 입은 상태로 검사기기에 앉아 버튼을 누르면 시작되는데, 그 자세로 1분 동안 있으면 검사가 종료되고, 수치가 적힌 종이가 기계에서 출력됩니다. WBC 수치는 개인에 따라 격차가 있는데, 대개 200에서 2300 사이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저는 790이 나왔고, 원전 부지 내 취재를 마치고 나와서 받은 같은 검사에서는 980이 찍혔습니다. 저의 경우 190 정도가 증가한 셈인데, 이 차이가 1500 이상 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도쿄전력 측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의 내부 피폭자는 (취재진 같은 시찰자 가운데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 편의점이 있네?
'그린 장비' 착용
WBC 검사까지 마친 취재진은 '입퇴장 관리 시설'의 2층에 위치한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회의실에서는 원전 부지 내부 출입을 위해 착용해야 할 양말과 간이 마스크, 부직포로 된 모자, 장갑, 조끼를 받았습니다. 양말은 1인당 두 켤레로, 지시에 따라 한 켤레를 일단 신은 뒤 두 번째 양말은 바짓단을 안으로 넣어서 신었습니다. 여기에 원전 부지로 들어가기 직전에 고무장화를 신으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지급된 마스크는 일반적인 마스크보다는 조금 더 차단성이 강화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얼굴 전면을 덮는 '풀 페이스'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장갑은 원래 일본에서는 '군테'라고 부르는 '목장갑'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촬영이나 메모의 편리를 위해서라며 좀 더 얇은 면장갑으로 바꿔줬습니다. 여기에 부직포로 된 얇은 모자를 쓰고, 헬멧을 착용하면 부지 내 출입이 가능한 '그린 장비(Green Equipment)'가 됩니다. 물론 원전 부지 내부의 원자로(1~4호기) 건물 근처는 방호복과 전면 또는 반면 마스크를 착용한 '옐로 장비'로, 원자로 건물 내부는 방호복과 전면 마스크만 허용되는 '레드 장비'를 해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도쿄전력의 설명
양말과 장갑 등을 지급받은 회의실로 이동하는 복도에서도 원전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마주쳤습니다. 복도는 철저히 '우측 통행'이었는데 거의 줄을 이룰 정도로 많은 노동자들이 누군가는 원전 부지 안으로, 누군가는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층 회의실로 꺾어지는 복도 안쪽으로 편의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전 취재를 마친 뒤 나오는 도중에 잠깐 시간이 나서 편의점 안에 들어가봤는데(다른 취재진이 WBC 검사를 받을 때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음료수와 간단한 군것질거리, 담배와 사탕 등 기호식품들을 팔고 있었고, 주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무를 마친 원전 노동자들이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 등을 사고 있었습니다. 편의점 옆에는 도시락 등을 먹을 수 있게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공간이 있었고, 가까운 어딘가에는 구내식당도 있는 듯, 음식을 조리하는 냄새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취재파일] 후쿠시마, '상수'가 된 불안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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