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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라크 쿠르드 수반에 뜬금없는 '시리아 석유' 강조

트럼프, 이라크 쿠르드 수반에 뜬금없는 '시리아 석유'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네치르반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자리에서 전혀 관련 없는 사안인 시리아 석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이 공개한 회담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바르자니 수반을 만나 "오랫동안 회담을 바란 쿠르디스탄의 바르자니 수반을 만나 기쁘다. 우리는 아주 잘 협력했다"라고 환담했다.

그러면서 "수반께서도 잘 알다시피 우리는 시리아 국경에서 철군했고 터키와 협력해 예상보다 일이 훨씬 잘 진행됐다"라며 "그들(쿠르드족)은 이른바 '안전지대'를 확보했고 이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수반께서 한 모든 일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에서 미군을 철수하면서 자신이 지원했던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군의 철수 직후 터키군은 이 지역을 통제하는 쿠르드족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의 쿠르드자치정부는 별다른 역할이나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다만 시리아에서 철수한 미군이 이라크 쿠르드자치지역에서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아시다시피 매우 중요한 점은 우리가 (시리아에서) 석유를 지키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 석유를 위해 병력을 (시리아에) 남겼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잘 보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 석유 역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다.

이에 바르자니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께 매우 감사하다"라고 거듭 말하면서 "대통령께 다보스에서 감사하다고 말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말씀하셨듯 우리는 이 만남의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라고 답했다.

이어 "쿠르디스탄을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에 감사하고 지지도 감사하다"라며 "그래서 우리가 ISIS(IS의 옛이름)를 함께 격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이런 '동문서답식' 대화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 이라크 쿠르드족을 헷갈린 것 같다"라고 촌평했다.

중동 전문가 하산하산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는 모든 쿠르드족을 '쿠르드 씨'(Mr. Kurd) 하나로 생각한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지역 수반에게 시리아 쿠르드족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석유를 지키고 있다는 말로 모욕해 상처를 줬다"라고 지적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터키에 모두 거주하지만 각자 처한 정치·안보적 상황이 달라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라크와 시리아 쿠르드족은 같은 혈통이지만 협력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쿠르디스탄'이라는 명칭도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다.

쿠르디스탄은 중동의 쿠르드족이 독립 국가 수립을 염원하면서 사용하는 '미래의 국호'또는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통칭하는 단어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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