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육아휴직한 아빠, 복직하니 "자리 있을 줄 알았어?"

'급여 삭감 · 직위 강등' 명백한 불법

제희원 기자 jessy@sbs.co.kr

작성 2020.01.22 21:08 수정 2020.01.22 22: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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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직장인 5명 가운데 1명이 남성일만큼 아빠 육아휴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1년 육아휴직을 쓴 한 남성이 직장에 복귀해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용인의 한 종합병원에서 5년 동안 홍보팀장으로 일했던 A 씨는 1년 휴직하고 5살 아이를 돌보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육아휴직에 사라진 일터?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첫 출근한 날, 사무실에 A 씨의 책상은 없었습니다.

인사 담당자에게 이유를 묻자 어이없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인사 담당자 (복직 첫날 면담 내용) : 그럼 자기 자기 자리가 있을 줄 알고 왔어? 다른 부서도 다 팀장님이 있기 때문에 팀장으로 못 가고 일반 직원으로 가야 돼요. 팀장 급여는 못 주는 거죠.]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력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 : 멀끔하게 준비해서 딱 출근했는데 (사측 말이) '어떻게 일하시려고요?' 그게 할 말은 아니잖아요.]

병원 측은 A 씨의 업무 특성상 계약직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A 씨 자리에 다른 정규직을 채용한 상태라며, 일단 A 씨를 사원으로 발령내고 빈자리가 생기면 배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급여를 깎거나 직위를 강등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법 위반입니다.

[이근덕/노무사 : 육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부부가 공통으로 지게 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이런 법이 가지고 있는 취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실제 육아휴직과 관련된 기업들의 위법 행위는 해마다 늘고 있고,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이 휴직을 마친 뒤 1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A 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가 10만 명, 아빠 육아휴직자도 2만 명을 넘었습니다.

공무원과 교사는 제외된 숫자니까 실제는 더 많겠죠.

다만 전체 육아휴직자의 65%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소속이고요,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람 중에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4.7%에 불과합니다.

특히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2%에 불과한데, 앞서 보인 사례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제도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다음 달 28일부터는 같은 자녀에 대해서도 엄마, 아빠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되는데요,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경력단절, 이른바 '독박 육아'를 막고 '맞돌봄' 문화가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 영상편집 : 소지혜, VJ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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