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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몰래 먹고 쪽지 주고받고…탄핵 심판이 괴로운 미 상원의원들

사탕 몰래 먹고 쪽지 주고받고…탄핵 심판이 괴로운 미 상원의원들
▲ 탄핵 심판 선서하는 미 상원의원들

선생님 몰래 사탕을 까먹고 쪽지를 주고받는, 초중고 교실에서나 익숙한 풍경이 미국 상원 탄핵 심판 자리에서 펼쳐졌습니다.

칠판에 '떠드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반장만 없을 뿐, 의원들 역시 떠들면 안 됩니다.

시간 때우기에 유용한 휴대전화나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도 반입이 금지됐고, 심리와 무관한 자료를 읽어서도 안 됩니다.

졸음을 쫓아줄 커피도 마실 수 없습니다.

허용된 음식은 오로지 물과 우유.

심지어 절반 이상의 의원들에게는 이미 단순하고 명료한 '결론'이 행동지침으로 내려져 있어 굳이 집중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100명의 상원의원 누구도 예외없이 무조건 몇 시간씩 딱딱한 나무 의자에 꼼짝 않고 조용히 앉아있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심리가 21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상원의원들의 '벌서기'도 시작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상원의원들이 의자에 꼼짝없이 앉은 채 지루한 심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폴리티코는 "평균 연령이 60세 언저리인 100명의 의원이 매일매일 몇 시간씩 졸지 않고 주의를 기울인 채 조용히 앉아있어야 하는 능력의 한계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체력적인 문제 외에도 전자기기가 금지된 상황에서 집중력을 늘리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상원의원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배심원 역할을 맡습니다.

이는 상원의 의무 가운데 가장 중한 것 중 하나이지만 이미 여러 상원의원이 토로했듯, 가장 지루한 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이날 의원들은 2시간의 심리에 이은 첫 번째 휴식 시간(15분)에 휴대전화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패트릭 리히(민주당) 의원은 되찾은 전화기를 쓰다듬으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의 대표적 대사인 "오, 내 소중한 것"(Oh, my precious)이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의원들은 발언자들을 경청할 뿐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공화당의 팀 스콧 의원과 벤 새스 의원은 귓속말을 하거나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러한 룰을 어겼습니다.

또 이들 두 의원으로부터 쪽지를 건네받은 같은 당 데이비드 퍼듀 의원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습니다.

또 많은 의원이 하원 민주당 탄핵소추위원들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 간 반복되는 공방을 긴 시간 지켜보면서 팔짱을 낀 채 책상에 몸을 기대거나, 연필을 돌리고, 눈을 비비거나 하품을 참는 등 어찌할 바를 몰라했습니다.

일부는 참관인 자격으로 첫줄에 배석한 할리우드 스타 알리사 밀라노 등을 지켜봤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의원은 주머니에서 사탕통을 꺼낸 후 사탕 한 알을 입에 넣고는 사탕통 뒷면에 적힌 글을 읽었습니다.

일부 의원은 애플 워치를 착용해 전자기기 반입 규정을 어겼습니다.

심리가 열리는 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제할 것이 요청됐지만,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첫번째 휴식 시간에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솔직히 말해서 상원의 공정함과 정당한 절차에 대해 애덤 시프(하원 정보위원장)의 강연을 듣는 것은 화재예방과 관련해 방화범이 떠드는 것을 듣는 것과 같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의사당 안은 조용하지만 그 밖은 취재진과 시위대로 아수라장입니다.

의사당 경호원들은 의원들에게 심리 도중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특정한 문구가 적힌 카드를 나눠줬습니다.

카드에는 "저를 만지지 마세요", "제 앞을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실례합니다만 저는 상원 의사당을 향하는 길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카드를 제시하고도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면 의원들은 경찰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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