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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눈물'…여순사건 피해 유족에 고개 숙인 재판부

'판사의 눈물'…여순사건 피해 유족에 고개 숙인 재판부
▲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기뻐하는 고(故) 장환봉 씨의 딸 장경자(왼쪽)씨와 아내 진점순(97) 씨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립니다"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정아 부장판사는 피고인 고(故) 장환봉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고개 숙여 사과했다.

판결 사유를 또박또박 읽던 김 부장판사는 유족에게 사과한 뒤 울먹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방청석에서는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는 눈물을 닦고 말을 이어갔다.

김 부장판사는 "장환봉은 좌익, 우익이 아니다"며 "장환봉씨는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70여년이 지나서야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게 되었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걸어야 하는 길이 아직도 멀고도 험난하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과 같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되어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바랐다.

판결을 마친 김 부장판사를 비롯한 배석 판사와 검사, 법원 직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무죄 판결이 선언되자 방청석에서 재판을 보던 유족과 시민단체, 시민 등 70여명을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장씨의 딸 장경자씨도 "국가가 진정한 사과를 이제야 했다"며 "증인들이 살아계실 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순천 탈환 후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 집행된 점 등을 이유로 장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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