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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그때 그 새들은 돌아왔을까…'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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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그때 그 새들은 돌아왔을까…'침묵의 봄'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 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뚝새 등 여러 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과 습지에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연초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흉흉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다섯 달째 꺼지지 않고 있는 호주 대형 산불이 여전하고 멀지 않은 필리핀에선 화산 폭발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저 자연재해일 뿐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특히 호주 산불에 대해서는 기후 변화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여름인 호주는, 역대 연평균 최고 기온과 최저 강수량을 2019년에 기록했습니다. 작년 9월에 동시다발적으로 발발한 산불을 아직까지 잡지 못하고 5억 마리, 혹은 10억 마리 이상 야생동물이 죽거나 죽을 것으로 예상되고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이냐 아니냐고 할 정도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 이와 연관돼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2020년, 새해를 여는 책으로 1962년 발간된 저 유명한 20세기 환경학의 고전을 가져왔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입니다.

무려 58년 전에 나온 책이네요. 레이첼 카슨은 1907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났고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저술가입니다. 1962년 <침묵의 봄>을 출간했고 2년 뒤 56살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당시는 아무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던 때라고 합니다. 무지했기에 그렇기도 하고 이런 경고가 적거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오늘날은 상식적이지만 60년 전엔 혁명적이었다던 그 책.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었다."

"그것들의 원래 목적은 잡초와 해충 몇 종류만 없애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모든 생물을 위험으로 몰고 가지 않는 적절한 양의 화학물질만이 살포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화학물질은 '살충제'가 아닌 '살생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연에 닥친 위험을 인식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전문가의 시대라고 하지만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만 위험을 인식할 뿐, 그 문제들이 모두 적용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지금과 같은 방제법을 계속 고집할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장 로스탕은 이렇게 말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살충제 DDT가 생명체에 축적되면서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끔찍한 영향에 대해 경고한 이 책, DDT를 발명한 파울 뮐러는 그 공로로 1948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이 나오자 살충제 제조 회사는 출판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요. 과학자 중에는 카슨이 화학, 농학 등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라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되었고 결국 1972년, 책이 나온 지 10년, 카슨이 사망하고도 8년 뒤에 미국 연방정부는 DDT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2020년인 지금, 카슨의 경고가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1600명 가까운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게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60년 전엔 '침묵의 봄'이라는 가시적인 현상에 은유함으로써 우리의 무지를 일깨웠는데 2020년에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의 호주 산불 같은 사태가 '침묵의 봄'의 다른 버전으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내 작은 실천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런 실천조차 없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죠. 새해는 뭐라도 조금씩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60년 전 책을 읽었습니다.

*출판사 에코리브르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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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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