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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보를 받고② 일행이 미처 비행기에 타지 못했다면 나의 선택은?

탑승 못한 일부 골프 동호회 회원 때문에 이륙 40분 늦춰진 비행기

비행기 세운 골프 동호회 회원
<제보 내용>
"2020년 1월 6일 오전 인천발 베트남으로 가는 기내 안에서 골프동호회 사람 몇 명이 아직 안 탔다며 보딩이 끝났고 게이트 문 닫았는데도 불구하고 강제 지연시켰습니다. 같은 동호회 사람들 태우게 하려고 항의하고 1시간가량 출발 지연시켰습니다. 소란을 피우고 저는 3살 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도 매우 창피하고 한국 승무원 두 명이 있어도 막무가내로 못 가게 막고 다 내리라고 소리치는 장면입니다. 승무원들 사과 안내방송조차 안 하고 기내에서 공포의 1시간이었습니다. 팩트만 적었고 항공사와 공항 측 확인해서 기사화해주세요 항공법으로 처벌해야 합니다 정말 부끄러운 시민 의식입니다."


<제보 영상 내용>
승객 A - "들어오라고 그래. 왜 안돼 규정이 어딨어 들어오면 되지."
승객 B - "나 진짜 행사 안 합니다. 빨리 나오세요. 짐 싸요."
승무원 - "손님 앉아 계세요. 잠시만 앉아 계세요." "부탁드립니다." 등


약 2분간의 제보 영상 속엔 남성 승객 두세 명이 자신의 일행이 비행기에 못 타면 차라리 내리겠다고 항의하는 목소리와 이들을 진정시키려는 다급한 승무원의 목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제보를 보고 소위 '비행기 갑질'이라 불렸던 많은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제보는 제보자(개인 승객) / 항공기 내 항의자(단체 승객) / 항공사의 입장을 충분히 전하고 상황을 종합해보겠습니다.
▶[영상] "동호회 회원들 다 태워!" 이륙 앞두고 옥신각신
공항
● 제보자(개인 승객)

제가 찍은 동영상 보셨죠? 갑자기 그렇게 앞에 나와 가지고 자기네 회원이 안 탔다는 이유로 승무원이랑 그렇게 소란을 피운 거예요. 한 세 명 정도요. 옆에 사람들이 다 와가지고 분위기 조성을 이제 그런 식으로 하니까 승객들이 이제 아무 말 못 하게 되는 거죠.
지금 내리자고 했잖아요. 동영상에서 다 내리라고. 사람들 다 내리라고 하니까 원래는 게이트 문이 닫았으면은 가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 한두 사람 때문에 그거를 저희가 봐줘야 되는 경우는 아니잖아요.
15분, 20분 있다가 결국에는 그 부부들이 탔어요. 그러면서 보딩 컨펌을 받아야 되니까 또 늦어진 거죠.
"(항공사에) 매뉴얼대로 해야 되지 않냐" 이렇게 하니까 (항공사에서는) "이거 만약에 출발 지연이 공식화가 되면은 국정원에서 조사를 들어와서 뭐 몇 시간 뭐 한두 시간이 더 출발 지연이 되었을 거다.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희는 그냥 아무 뭐 승무원도 차라리 뭐 안내방송하던지 제가 얘기했던 게 그거예요. 사과를 해라. 이런 이런 경우는 한국사람들만 탄 것도 아니니까 뭐를 해야 조치를 해야 되는데 그냥 암묵적으로 간 거예요.


제보자와 함께 40여 명의 골프 동호회 회원이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이중 3~4명이 비행기 탑승게이트가 닫힌 후 도착했다는 겁니다. 동호회 회원 대표 격인 A씨가 "게이트를 열어달라"며 항의를 시작했고 이에 합세한 회원들이 함께 "차라리 우리를 내려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늦게 온 회원들까지 태운채 비행기는 40분 늦게 이륙했고 제보자는 이 과정에서 항공사 측의 다른 승객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 측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공항
● 골프 동호회 회원 대표 격인 A씨 측

출발 두 시간 10여 분 전인 오전 5시에 공항 도착했어요. 우리가 티켓 예약을 우리가 한 게 아니라 ○○라고 하는 여행사에서 한 거란 말이에요. 보통 그룹을 계산해가지고서 그룹끼리의 그 수화물도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해주거든요 보통. 그룹 티켓도 그룹 체크인이 안 된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일대일로 그거를 체크인을 하는 거예요.
해당 항공사는 수화물 탁송 20kg이니까 6kg 오버 차지를 내라는 거예요. 일행 40여 명이 그러니까 이거 들고 가겠다 나머지를 떼 가지고. (짐을) 이렇게 해서 저리로 가겠다. 기내로 들고 들어가겠다 그렇게 된 거죠. 일이 복잡하게. 그거 끝난 게 아침 6시 반쯤에 끝났어요. 그렇게 끝나면 그건 불가능해요 타는 거는. 왜냐면 다시 또 열차 타고 가야 되고 사람도 많아 가지고.
한 7시 좀 넘어서 출발 비행기인데 제가 보기에는 (늦은 일행이) 6시 50분에서 7시에는 온 것 같아요. 항공사는 마감했으니까 못 태운다는 거지. 늦게 온 사람한테 왜 늦게 왔냐고 물어보니까 보안 검사를 하면서 붙들고 늘어지니까 더욱이 또 늦어지는 거죠.
제가 (항공사에) 얘기를 다 했어요. 어디쯤 온다 다 얘기를 했어. 그때 그 항공사 직원이 그러더라고. 이 항공기는 시간 되면 얄짤없이 떠난다 그러더라고요. 못 탄 사람들은 앞에 가서 부르면 될 것 아니냐 하는데 자기네가 안된다고 해서 30분을 씨름하다 까먹었어요.
늦어졌으니까 너네는 알아서 해라 그런 말이잖아요 이게 그러고 우리가 만약에 늦게 와서 체크인 늦게 하고 그러면 할 말이 없어요 그건 제 책임이지 근데 우리는 새벽 5시부터 와서 체크인을 했는데….


이들 일행 40여 명은 비행기 출발시간 2시간 10여 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는데 미리 고지되지 않은 개인 체크인에 추가 수하물 규정 때문에 일일이 짐을 다시 싸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는 겁니다. 또 항공사가 추가 수하물에 대해 '현금결제'를 요구해 시간이 더 늦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아침시간 인천공항 보안검색대 줄이 길어 분명 비행기를 제때 못 탈 수도 있었는데도 항공사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이 방관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차라리 내리겠다는 일행을 항공사가 바로 내리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실랑이가 길어진 거라며 통화 내내 항공사의 안일한 대응에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항공사는 어떨까요?
항공기 조종사와 승무원
● 항공사 측 입장

※ 항공사 측은 수차례 문의에도 입장을 밝히기 상당히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취재가 된 내용을 전합니다.

항공사 규정은 일단 출발 30분 전에 탑승게이트를 열고 15분 전에 탑승 마감이 이루어져요. (단체손님 측에서) 손님이 안 타면 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게 저희 의무사항이 아니고요. 이미 카운터에서 탑승권 나갈 때 15분 전 마감이라고 적혀있고 이미 공지된 상황이고요. 항공사 입장에선 탑승게이트까지 와야 태워드리고 승객 한두 분을 다할 수는 없고 승객 모두가 똑같은 입장인데요. 그런데 이분들이 할 말이 없는 건 이분들보다 더 늦게 카운터에서 수속하신 분들은 다 탔어요. 늦으신 분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비행기에서 그랬던 건 사실. 저희 항공사 입장에선 도와드린 것 밖에 없어요. 원래 원칙적으로 하면 그분들 안 태워도 상관없어요. 어떻게 보면 그 손님들이 내리면 비행기가 더 딜레이 되니까. 기장이 나와서 "무슨 일이냐 해서 그럼 탑승하도록 해라"해서 30, 40분이 지연된 상황인데요. 그걸 저희 문제로 몰고 가면….

원래 비행기 안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어요.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보안검색을 하잖아요. 보안검색이 다 끝난 곳에 손님이 나오면 모든 손님이 다 내려서 다시 검색을 해야 하고 항공사가 두 시간 정도 피해를 보면 그 이후 비행기들도 다 지연되는데 왜 저희를 그 손님들은 비난하는지..

사실 저희뿐 아니라 모든 항공사 피해를 보고 있어요. 지금 인천공항에서 출입장 하나가 공사해서 대책이 없어요. 새벽에 와봐요 말도 못 해요 기본적으로 출국심사받는데 1시간 이상 걸려요. 그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해요.


항공사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느 한쪽 승객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힘든 상황에서 "항의하는 승객을 내리게 해서 이륙을 더 늦게 하느니 차라리 탑승 게이트를 열어서 그나마 빨리 출발했다"는 설명입니다.
공항, 탑승, 카운터 오픈
● 항공보안법 등 관련 규정 문제는 없나?

다시 출국 게이트를 열어 승객을 태운 항공사와 또 승무원의 만류에도 항의를 이어간 동호회 회원들의 관련 규정상 문제 소지는 없을까요.

인천공항 교통관제기관인 A-CDM과 통화해보니 우선 당시 항공기는 관제탑과 '출발' 신호를 주고받은 건 아닙니다. 당시 출발을 위한 준비 중에 승객들의 항의가 발생했고 '출발 지연'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남은 기록은 없었습니다. '출발' 신호를 보내기 전 승객이 덜 탄 상황이기 때문에 항공법보다는 항공사 내규에 비추어 판단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해당 항공사는 당시 "탑승게이트는 닫혔지만 비행기 문인 탑승구"는 닫히지 않은 상태였고 승객이 덜 탄 상황과 관련해 기장의 판단을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항공법으로도 항공사 내규로도 문제 될 소지는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일행이 덜 탔다며 승무원의 "앉아달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항의를 이어간 동호회 회원들의 행동을 보면 항공보안법 제23조 승객의 협조의무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해당 조항은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危計行爲)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를 강제로 점유했을 물리력을 행사하는 정도가 돼야 해당 법조항이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동호회 회원들은 결론적으로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을 규정으로 크게 문제 삼을순 없어 보입니다.

항공 보안법상 항공사가 승객의 자발적 하기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항공사 설명대로 이미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이 내리려면 국가정보원과 공항 상황실 등에 관련 내용을 접수해야 합니다. 또 관계기관에서 테러 혐의점이 없는지도 철저히 검사한 후 다시 이륙허가가 떨어지는 구조에 승객의 짐까지 빼야 하는 상황이라 이륙시간이 1~2시간 늦춰지는 건 기본입니다.

● 필요한 건 '양해' 그 한마디

어쩌면 말입니다. 제보자분이 SBS에 제보를 한 일도, 제가 이렇게 길게 설명을 이어가는 것도 어쩌면 동호회 측의 한마디가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해당 비행기에 같이 탔던 수십 명이 넘는 다른 승객들에 대한 '양해' 말입니다. 제보자는 당시 다른 손님들에 대한 양해가 없었고 동호회 측 일행이 숫자가 우세해 따져 물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대신 물었고 아래와 같은 답을 들었습니다. A씨의 대답으로 취재파일 마무리합니다.

기자) 다른 손님들 입장에서는 동호회 회원 분들 더 태우느라 늦은 거잖아요.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씨) 다른 분들이 컴플레인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그거는 솔직히 우리 쪽이 책임이 있다고 하면 누구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항공사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우리가 당했는데 애초에 우리를 내려주고 가지 그러면은.

기자) 그런데 내려주고 그러면은 국정원에 신고하고 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들이 있어가지고요.
A씨) 그러니까 그러면은 우리는 모르니까 자기들이 알면 조치를 했으면 40분을 그렇게 안 늦었어요. 자기네들이 갑질을 하다가 해서 그런 거지 늦어도 5분 10분이면 출발했어요. 출발시간 전에 왔는데 자기들이 안 태웠어요 우리가 어떡하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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