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제가 된 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발언이었습니다. 처음이 아니었고, 얼마 전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발표했던 '1호 영입 인재'를 거론하며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더 심각해 보였습니다.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의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한 이해찬 대표에게, 최근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하고 있는 영입 인재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희두 씨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는데, 이해찬 대표는 1호 영입 인재였던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언급하며 아래와 같은 대답을 내놨습니다.
"내가 만나 보니까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나도 몰랐는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그런데 이제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잖아요. 그분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는데. 대화를 해 보니까 그렇게 의지도 강하면서 또 선해. 역경을 이겨냈는데."
'최 교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던 중 이어진 설명은 문제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최 교수는 교통사고로 인한 중도장애인(후천성)입니다. 그 장애인들을 가리켜서는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고 그래서 더 의지가 강하고, 그에 반해 선천적 장애인들은 '의지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심리학자에게서 들었다며 전한 겁니다. 그 말대로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곧바로 각각 정상인과 비정상인이 됩니다. 정상과 비정상, 거기엔 우열이라는 가치가 반영돼 있습니다. 장애인은 비정상인이고 그래서 곧 열등하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장애인 사회에서는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도 일반적으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 한 개인이 갖게 된 특성일 뿐 '극복해 내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표 장사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이 발언이 포함된 영상이 사전에 녹화된 것이었다는 점에서도 기인합니다.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던 방송이 아니었습니다. 사전에 촬영돼 편집과 자막처리까지 완료된 영상이었다는 점에서 그 과정에 관여한 민주당 관계자 중 그 누구도 이런 발언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나오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 되면 사는 것이 힘들다는 식의 일반론적인 강의 내용이 (그동안 세상에) 다수였다"던 최혜영 교수의 말, 그리고 "장애인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중략) 하지만 그 사고를 당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장애인을 고립시키는 여건과 환경이다"라던 최혜영 교수 영입 소개 글이 보여준 편견 가득한 현실을, 도리어 이번 발언과 상황이 여실히 입증한 셈이 됐습니다. 발언 이후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이해찬 대표는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런 인용 자체가 많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면서 "장애인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하며, 차후 인용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이런 지난 일을 거론하며 뼛속까지 장애인 비하가 몸에 배었다고 이해찬 대표를 비난하고 나선 자유한국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일갈한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의 논평은 그 마지막 문장이 점입가경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고 비하의 뜻을 담아 다시 한번 폄하했습니다. 부정적 인식을 고스란히 담은 뒤 아무런 고민 없이 서로를 공격하는 데에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 지난 2018년 12월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이해찬 대표 발언에 대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 장애인 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는 상황, 이제는 수십 년 전이 되어버린 어린 시절까지가 떠오른 건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총선을 세 달 여 앞두고 연이어 각 당이 영입 인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속도를 냈던 민주당은 대체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장애인, 청년, 경력 단절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 혹은 약자로 평가받고 정치의 영역에서 과소 대표되던 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무대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감수성의 원천이 동정과 연민뿐이라면 그리고 세일즈뿐이라면 곤란합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었던 당시 한나라당 소속 정화원 의원은 지난 2005년 자당 홈페이지에 한 칼럼을 올렸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글 중 일부는 우리가 다시 한번 읽고 고민해볼 만큼 유효해 보입니다.
"자폐아를 다룬 영화 '말아톤'이 흥행 성공에 이어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고 휠체어를 탄 개그맨이 탄생했으며, 예능 시사프로그램에 장애인 진행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1년쯤 전엔 장애인 국회의원이 등장한 것까지 보면 일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들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인 정책의 후진성을 메우는 수단으로 전락하지나 않을지,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통한 상업주의가 아닌지 우려된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