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초 살아있는 로봇 '제노봇(Xenobot)'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AI가 디자인·생물학자가 실행, "반응하는 로봇 생명체도 곧 가능"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작성 2020.01.16 09:18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최초 살아있는 로봇 제노봇(Xenobot)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앞 뒤 다리와 심장근육을 가진 제노봇

미국 과학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로봇을 사상 최초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 생체 로봇을 디자인한 것은 슈퍼컴퓨터로 과학자들은 곧 인지기능을 갖춘 생명체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노봇(Xenobot)'이라 이름 지어진 이 생명체는 '제노푸스 라에비스(Xenopus laevis)'라는 아프리카 개구리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폭이 1밀리미터 미만으로 체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영양분의 추가 공급이 없이도 10일 정도 활동할 수 있다.

버몬트(Vermont) 대학은 "과학자들이 개구리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긁어내 배양한 뒤, 수퍼컴퓨터의 디자인에 따라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은 특정 형태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들은 스스로 표피와 심장을 형성해 움직였고, 잘랐을 때도 저절로 치유하며 움직였다고 연구진은 밝히고 있다.

터프츠(Tufts) 대학 앨런 디스커버리센터의 마이클 레빈 대표는 "이 로봇들은 과거 지구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생물체이다. 살아 있으며, 프로그램으로 작동 가능한 유기체다"라고 소개했다. 연구진들은 제노봇이 로봇팔이나 번쩍이는 장치는 없는 작은 핑크빛 살점이라면서 전통적인 강철 또는 플라스틱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계라고 말하고 있다. 전통적인 로봇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떨어지고 나쁜 생태적 영향을 미치며 건강에 해로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제노봇은 생물학적 기계로 친환경적이고 더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다.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등의 자금지원으로 개발된 제노봇은 방사능물질이나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등 유독물질을 제거하고, 인체에 약물을 투입하고 혈관을 돌아다니며 플라크(plaque) 등을 제거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포 속의 지질과 단백질로 움직이는 제노봇은 양분이 있는 환경에서 몇 주까지 생존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심부에 약품을 실어 나를 구멍이 나 있는 제노봇연구진들은 이번 연구가 생체기관을 만들고 재생하는 재생의학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3차원 생명체를 만들어 선천적인 질병을 치료하고 종양을 정상세포로 만들며, 외상성 손상이나 변성성 질환, 노화를 치료해 인류의 건강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노봇은 수퍼컴퓨터에 구현된 진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진화론의 자연도태(자연선택) 현상을 모방해 여러 가지의 실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법들을 디자인한 뒤, 그중에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 더 진화시키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AI가 세포 유형에 따라 500개에서 1천 개의 피부세포와 심장세포 조합을 만든 뒤, 가상의 공간에서 세포들이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조합을 골라내 다시 재조합하는 과정을 1백 번 실시해 최종 디자인을 추출했다. 그리고 더프츠 대학의 연구팀이 살아 있는 개구리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AI가 디자인한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첫 로봇 생명체인 제노봇은 아주 초보적인 것이지만, 약품을 실어 특정 신체 부위에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갖도록 설계됐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감각세포와 신경 시스템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까지 하는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생명체는 기계라기보다는 새로운 살아있는 생명체로 봐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개구리의 배아에서 1밀리미터 정도 크기의 제노봇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은 스스로 학습하고 수천 개의 디자인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 즉 인공지능(AI)이라고 말하고 있다. 초고속, 초고난도의 계산을 순식간에 해내는 AI가 세상에 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버몬트대학과 터프츠대학의 제노봇 제작 과정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