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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노동권 보장 못 지킨 채 시행된다

'죽음의 외주화' 우려 여전

<앵커>

2018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진 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내일(16일)부터 시행됩니다. 하지만 개정 과정에서 당초 논의보다 상당히 후퇴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지 못할 거란 우려가 큽니다.

제희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동굴처럼 캄캄한 발전소 안, 노동자 한 명이 손에 쥔 랜턴 불빛에 의지해 현장을 점검합니다.

작업장 가득 날리는 분진 탓에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듭니다.

고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도 죽음을 넘나드는 위험은 여전히 하청업체 노동자 몫입니다.

[제철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 사람은 모자라고 할 일은 많고. 그러면 서두르게 되고. 그게 안전사고의 위험이 생기는 거죠. 제2의 김용균이 발생할 수 있고….]

바뀐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한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원청 사업주의 책임 범위를 강화한 게 핵심입니다.

원청의 책임이 커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외된 곳도 많습니다.

특히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덤프, 굴착기 등의 장비는 원청의 안전 책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작 고 김용균 씨가 했던 전기사업 설비 운전이나 재해가 많은 조선업 등은 여전히 도급이 가능합니다.

유사한 산업재해 발생을 막기 위해 고용부가 내리는 작업중지 명령 범위도 오히려 줄었습니다.

법안 통과와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재계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후퇴한 겁니다.

[박세민/금속노조 실장 : 정부가 해나갈 수 있는 행정 명령조차도 극도로 축소된 쓰레기 같은 법에 불과할 뿐입니다. (근본적인 사업장에 대한) 예방대책 수립보다는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수습 정도로 그치게끔 (법이 만들어졌고요.)]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도급 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마저 반영되지 못한 채 개정된 법은 시행됩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VJ : 한승민, 화면제공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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