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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 치수 작다" 납품 업체 지적에도…軍 "슬림 디자인"

<앵커>

이 패딩 만든 회사도 군에서 준 견본품 받아 보고는 작은 것 같다, 좀 더 크게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역제안을 했답니다. 그런데 군이 정확한 조사도 안 해보고 그냥 원래 세웠던 계획대로 밀어붙여서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든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이어서 정동연 기자입니다.

<기자>

큰 치수의 패딩을 보내 달라는 일선 부대의 요구가 끊이지 않자, 육군 피복계획 장교는 지난해 11월 군 내부망에 글을 올립니다.

"정확한 팩트를 말씀드리자면, (보급된 패딩은) 작년 6월 각 부대에서 소요 제기한 치수를 기준으로 조달한 물량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수사령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부분이 아닙니다."

사실일까, 국방부에 확인해봤습니다.

국방부는 원래 패딩을 운동복 위에 입도록 디자인했다며 운동복의 치수별 보급 실적을 반영해 소요량을 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각 부대에서 조사한 치수별 패딩 소요를 집계한 것이 아니라 운동복 치수로 패딩 치수를 어림잡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잘 맞는지, 견본 3벌을 만들어 입혀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문제를 키우는 데는 디자인도 한몫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0월 말, 육군 군수사령부가 일선 부대에 배포한 자료입니다.

20대의 트렌디한 감성을 반영해 슬림하게 디자인됐으니 몸에 딱 맞는 치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적었습니다.

한마디로 핏하게, 즉 딱 맞게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자체가 이렇다 보니 한 치수라도 작으면 입기 힘들다는 것이 일선의 얘기입니다.

[제보 병사 : 여유 품도 없고 그러니까. 처음 보급이 정확히 나오지 않으면 그냥 아예 못 입어요. '그냥 참고 입어라' 할 치수가 아닌 거예요.]

생산 업체 눈에도 군이 가지고 온 견본품은 작아 보였습니다.

시중 제품과 비교했을 때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지만, 좀 작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패딩 납품 업체 관계자 : 오차 범위에는 들어가는데 기장들이 좀 짧고 전체적으로 가슴 둘레도 미세하게 오차 범위가 작은 느낌이. 착용해보니 작은 느낌이 들어서.]

치수를 키우자고 몇 차례 의견을 냈지만, 군의 대답은 "그대로 하라"였습니다.

[패딩 납품 업체 관계자 : 치수를 키우면 규격서 내용을 다 바꿔야 하는데 그거는 절차나 그런 것 때문에 바로 바꿀 수 없고.]

국방부는 병사들마다 옷 입는 방식과 키, 팔 길이가 달라 치수 교환 요구가 생겼다고 해명했습니다.

군 당국은 내부망을 통해 앞으로 추가 조달하는 패딩은 한 치수 정도 크게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CG : 홍성용, VJ : 김준호)

▶ "작아서 못 입겠다"…창고에 쌓인 軍 보급 '겨울 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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