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본격화한 '집값 자금 추적' 전쟁…"누구냐, 너!"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01.12 16:04 수정 2020.01.13 17: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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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개봉한 영화의 대사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냐, 너." 그만큼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베일에 감춰진 존재를 밝혀내겠다는 의지 또한 단단해 보였습니다. 국토부가 개정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얘기입니다. 집 살 때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증빙하도록 서류 형식과 절차를 개정한 것입니다. 개정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집을 사려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빠짐없이 모두 소상히 밝혀라."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제도에 살을 덧붙인 것이다"라며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시장은 "살을 도려내는 것이다"라고 맞받았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왜' 바뀐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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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너"

20대 중반 직장인이 있습니다. 지난해 초, 서울 강남에 있는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샀습니다. 자금의 80%를 "부모님에게 빌렸다"라고 신고했습니다. 분명히 "빌렸다"라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원금과 이자를 갚은 내역은 없었습니다. 또 다른 10대 미성년자는 40대 부모님과 함께 12억 원짜리 집을 샀는데, "그동안 자기가 저금해온 4억 원을 집 사는 데 보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갓 직장을 구했을 20대가 8억 원을 빌려 강남에 집을 사고, 10대 미성년자가 저금했던 4억 원을 집 사는 데 보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가능성이 '0'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통계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겠지만요.) 그래도 여전한 찜찜하고 석연찮은 느낌,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곱씹어볼수록 더 궁금해집니다. '은밀하게 뒤에 서 있을 거 같은 존재', 그가 누군지 말이죠.

그래서 국토부가 관계기관들과 합동으로 조사해봤습니다. 서울 지역에서 이뤄진 주택 매매를 분석해봤더니, 대략 35% 이상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실거래 조사 1차 조사 결과-19.11.28. : 주택 거래 1,536건 중 '탈세 의심'으로 국세청 통보 532건,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 23건,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10건')

100건 가운데 1~2건이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100건 중 35건이 수상하다면 그것은 규칙성을 가진 '필연'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국토부는 이 같은 '필연'들이 집값 상승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칼을 빼 들었습니다.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말이죠. "실제 돈을 댄 전주(錢主)… 누구냐, 너"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국토부가 베일에 감춰진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들고나온 '방법론'은 단명합니다. 한 마디로 "밝고", 두 마디로 "투명하고", 세 마디로 "단호하게"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음지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며,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해,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집 사는 들어가는 돈을 증여나 상속을 받는다면, 그것을 누구에게서 받는지 상세히 밝히게 했습니다. "누구에게 돈 받았어? 부모? 형제? 친척? 부부? 그것도 아니면 팬?" 돈을 건넨 주체가 누군지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단순히 증여·상속 금액만 기재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돈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소상하게 다 밝히라는 것입니다. 당장 돈을 주려던 사람은 움찔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실제로 취재해 보니 특히 사업하는 분들의 부담이 커 보였습니다. 어느 유통업자는 "돈을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사업하며 자금을 여기저기서 융통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에 대한 자금 추적이 들어오면 솔직히 매우 부담스럽다. 싸늘하게,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돈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세금 액수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가령, 부부간에 서로 증여했다면 6억 원까지는 면세, 즉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직계존비속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면세 범위가 5천만 원까지로 확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1억 원 이하는 10%, 1억~5억 원 20%, 5억~10억 원 30%, 10억~30억 원은 40%, 30억이 넘어가면 무려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더욱이 미성년자라면, 면세 범위는 2천만 원으로 더 좁아집니다. 집을 사라고 주는 돈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는 것입니다.

이처럼 국토부가 돈을 준 주체가 <누구냐>를 철저하게 따지는 것은, 그만큼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돈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돈을 쉽게 주지 못하는 일종의 '진입 장벽'을 만들어두면, 자연스레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집값 안정에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주택취득자금 출처 공개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누가 준 것인가?"뿐 아니라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도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주택 구매자금 중 현금과 그와 비슷한 자산은 '현금 등'으로 뭉뚱그려 기재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앞으로는 현금/기타 자산으로 나누고, 더 나아가 기타 자산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적시하게 바꿨습니다. 현금과 비슷한 자산 있다면, 그것이 금괴이냐, 비트코인이냐 이거까지도 명확하게 밝히라는 것입니다. 예상 가능한 모든 '꼼수'도 다 찾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런 자금을 <어떻게> 주고 또 받는지도 설명하게 했습니다. 계좌 이체했는지, 보증금·대출 승계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준 것인지도 밝혀야 합니다. 만약, 현금으로 집값을 냈다면 "오늘처럼 첨단 IT 금융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왜 그 무거운 돈다발을 끙끙거리며 어렵게 싸 들고 가서 건넸는가?" 그 이유까지도 적어내야 합니다. 기록에 남지 않는 현금 거래까지 빠짐없이 확인해, 틈새를 주지 않겠다는 국토부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상 범위도 기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 원 이상 주택 + 비규제 지역 6억 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했습니다. 이 범위에는 웬만한 수도권 주요 지역은 다 들어갑니다. 사실상 수도권 집값은 어떻게든 진정시키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어느 부동산 전문가는 "적어도 4월 총선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동작 그만' 하라는 것이다. 꼼수 부리지 말고, 시쳇말로 '밑장 빼기' 하지 말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으라는 거 같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주택취득자금 종류, 마련 방법 공개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겄습니다."

이처럼 신고 절차는 매우, 매우 깐깐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입증하는 과정은 더 촘촘해졌습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이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무려 15종에 달하는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내게 한 것입니다. 증빙서류만 15종이나 되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조차 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현재는 자금조달계획서만 우선 제출하면, 추후 지자체가 그 계획서를 보면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싶을 경우, 신고인에게 서류를 요청해 받아서 보는 방식으로 검증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 의지에 따라 조사 강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9억 원이 넘는 주택은 예외 없이 정해준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내라고 규정을 강하게 정한 것입니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금융기관 예금이 있으면 예금잔액증명서와 잔고증명서를, 주식 매각대금이 있다면 주식거래내역서(잔고증명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현금 등 기타 항목을 기재했다면 소득금액증명원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증빙서류를 제시하고, 만약 회사에서 지원을 받았다면 그에 맞는 증빙서류도 당연히 내야 합니다. 또,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사실상 모든 것을, 빠짐없이, 전부 다 검증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관점

정책이란 것은 결국, 특정 목적지를 가기 위한 수단이고 도구입니다. 그럼 이번 정책의 최종 목적지는 무엇일까요? 어느 전직 고위 공무원이 과거 언론에 투고했던 글을 보며 그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밥' 문제에서 진보란 자신의 정직한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자기 노동에 기초하지 않은 부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며,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자식에게는 부모의 지위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는 제도를 만들자는 기획(企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없이는 아무리 개인이 죽어라 뛰어도 그는 다람쥐 쳇바퀴 속에 있을 뿐임을 대중이 알아야 한다."

"노동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이나 다른 이가 건네준 부(집값)에 대해서는 증여세·상속세 등 세금을 부과하고,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경제적 출발점이 차이 나는 (증여나 상속) 것을 막자. 그리하여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로 대표되는 사회의 경제적 계급을 극복하자." 이런 취지가 이번 부동산 대책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그것을 시스템으로 제도화해 개개인이 겪을 상실감과 좌절감을 최소화하자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구절과도 맥이 이어집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정책을 두고도 당장 '반시장적인'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언제까지 부동산 시장을 투기 대상으로 단정 짓고, 규제 일변도 정책만을 펼칠 것인가",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내 집 마련 꿈을 꾸는 무주택자는 잠재적 투기꾼인가?", "집을 가진 사람은 적폐이고 물리쳐야 할 대상인가?", 이 같은 부정적 평가가 쏟아집니다. 심지어 "현금 부자들만 행복해지고 정작 피해는 서민만 본다.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 정책이다"라는 혹독한 비판도 나옵니다.

'국민' 앞에 선 정책

1961년, 로렌츠란 미국 기상학자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 변화를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초깃값인 0.506127을 넣자, 천둥·번개가 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로렌츠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작업했는데 이때는 소수점 이하를 일부 생략하고 0.506을 초깃값으로 입력했습니다. 0.000127이라는 극히 작은 값의 차이, 하지만 결과는 완벽히 달랐습니다. 천둥·번개에서 '아주 맑음'으로 예측 결과가 뒤바뀐 것입니다. 모든 시스템이 똑같은 상황에서, 소수점 여섯 자리에서 한 반올림만 했을 뿐인데 결과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로렌츠는 2년 뒤 이 같은 사실을 연구 결과로 발표했고, 훗날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란 주제로 강연하며 일반에게도 '나비 효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구성 요소가 비교적 단순한 계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운동'을 카오스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부동산 시장은 카오스를 넘어선 '복합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합계는 구성 요소, 그러니까 '수많은 변수가 상호 작용하는 계'입니다. 금리, 유동자금, 교육, 교통, 사회문화, 출산율, 기후 등등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며 영향을 주고 또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누구라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다만, 국민의 냉엄한 평가는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시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말한 '신 앞에 선 단독자'처럼 국민 앞에 다시 섰습니다. 정부의 이번 승부수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관점에서,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잘 지켜보겠습니다.


▶ "부모 돈 빌렸어요" 안 통한다…깐깐해진 집값 조달계획서 (한세현 기자, 8뉴스, 2020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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