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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골' 이란의 이례적 책임 자인…'스모킹건' 나온 듯

'강골' 이란의 이례적 책임 자인…'스모킹건' 나온 듯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새벽 이란 테헤란 부근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이란군이 사흘만인 11일 격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이란 민간항공청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여객기가 격추된 것이 아니다"라고 단정했지만, 하룻밤 만에 말을 뒤집은 겁니다.

이란 측은 앞서 "격추 의혹을 들먹이는 서방은 증거를 이란에 달라"면서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도 조사에 초청했다"며 결백을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각종 무력 사태와 분쟁을 이란 탓으로 돌리는 서방의 전방위 공세에도 흔들리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던 이란이 여객기 추락과 같은 대형 사건에 신속히 책임을 자인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이처럼 이란이 고개를 숙이게 된 배경엔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 즉 '스모킹 건'이 확인됐고, 더는 감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란을 실시간으로 정밀 감시하는 미국의 군사 정찰 위성의 자료와 추락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외국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음모론 수준이었던 격추설이 대세론으로 굳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이란 내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주 테헤란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격추를 증명하는 자료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는 터키 주재 자국 총영사관에서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보팀에 살해되자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다 터키와 미국에서 조금씩 기밀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궁지에 몰린 적이 있습니다.

'미사일 격추'라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한 이란 정부와 군부는 미국 등이 어느 정도로 확실한 자료를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카슈끄지 사건 때처럼 서방 언론을 통해 격추를 증명하는 정보가 조금씩 흘러나와 자신을 옥죄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란이 신속히 책임을 인정한 데는 1988년 미국의 이란 민항기 격추 사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당시 이란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중 걸프 해역 상공에서 미 군함이 쏜 미사일에 격추돼 이란 국민 290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적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란은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손해 배상뿐 아니라 지금껏 정치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 사건을 놓고 미국은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행태를 하는 곳이라고 비판하고 미국과 비교해 도덕적, 법적 우월성을 과시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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