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작년 판문점서 트럼프에 "제재로 분노…해제 집착 안 해"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20.01.10 22:40 수정 2020.01.11 01: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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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제재 해제를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할 생각이 없으며 자력으로 경제 발전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김 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돌아봤습니다.

영화는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방영하면서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하시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영화의 내레이터는 목소리 톤에 변화를 주면서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며 하루빨리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응해줄 수가 없으며 평화를 대화탁에서 구걸하거나 무엇과 바꿔 가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신들이 우리의 발전 잠재력과 앞날에 대해 귀가 솔깃해질 말을 자꾸 꾸며대며 그 무슨 전제 조건과 그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운운하는데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대로 그 누구처럼 발전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의 안전과 평화와 미래는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우리 당이 책임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의 앞날은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당신들이 보장해주고 가리켜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강요해온 제재로 인한 우리 인민의 고통이 이제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제재에도 해제에도 우리는 관심이 없으며 이제 더는 여기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존과 국력을 판 대가로 화려한 변신을 바라지 않으며 오직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올해부터 미국과 대치 국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상대로 선언한 '정면돌파전'이 필요한 이유를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결의를 다지겠다는 의도도 감지됩니다.

영화는 북한의 기대와 달리 결렬로 끝난 지난해 2월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우리의 자주권과 권익을 옹호함에 있어서 단 한걸음의 양보도 모르신 최고 영도자 동지"라며 북한의 이익을 지킨 협상으로 포장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