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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얼음이 신기해!"…제2의 '쿨러닝' 찾아 한국 온 우간다 소녀들

"스케이트도 얼음도 처음입니다. 그런데 너무 추워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을 배우기 위해 아프리카 우간다의 소녀들이 8일 오전 강릉컬링센터(강릉실내빙상장)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2018 평창 기념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2020 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난생 처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우간다에서 온 3자매. 왼쪽부터 파투마 나사지, 아푸와 나카킨다, 샤피크 카톤골레.
우간다에서 온 3명의 소녀들은 14~16살의 자매들입니다. 이 가운데 막내인 샤피크 카톤골레는 롤러스케이트를 조금 탄 경험이 있지만 2명의 소녀는 스케이트를 이번에 처음 신는 '완전 초보'입니다. 스케이트 끈을 제대로 묶을 줄도 모르고 헬멧도 착용하지 못해 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주위 관계자들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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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초보자 강습
간신히 준비를 마친 소녀들은 몹시 긴장한 모습으로 빙판에 발을 조심스레 내디뎠습니다. 스케이트도 처음이고 얼음도 처음인지라 넘어지지 않으려고 펜스 위를 붙잡고 엉금엉금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인 쇼트트랙 코치는 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걸음마'부터 가르치느라 무척 애를 썼습니다.

16살의 파투마 나사지는 "스케이트를 타기 전에는 매우 흥분됐는데 타고 보니까 너무 신난다. 하지만 이런 추위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추운 것만 빼면 다 좋다. 2016년에 아버지가 이곳에 코치로 참가했는데 한국에 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해줘 이번에 오게 됐다. 우간다의 다른 소녀들은 이런 기회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 코치로부터 배우는 아푸와 나카킨다
역시 스케이트를 처음 신는 아푸와 나카킨다는 "우간다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스케이팅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내년에는 피겨 스케이팅에 도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꿈을 갖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우간다는 연 평균 기온이 아침에는 16~17도이고 한낮에는 26~28도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1년 내내 초여름 날씨에 해당합니다. 아이스링크가 단 하나도 없는 대신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롤러스케이트는 많이 타고 있다고 합니다. 시설만 충분히 갖춰지면 우간다에서도 좋은 빙상선수가 많이 나올 것으로 이들은 믿고 있습니다.
케냐 소년 하스네인 알리 샤
스케이팅을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소녀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 소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웃나라 케냐에서 온 하스네인 알리 샤(14세)입니다. 이 소년은 3살 때부터 롤러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뒤 몇 년 전부터는 케냐 몸바사의 한 호텔에 있는 아이스링크에서 본격적으로 스케이팅을 배웠습니다. 비교적 능숙하게 코너를 돌던 하스네인 알리 샤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대성하고 싶다"며 야무진 목표를 드러냈습니다.
2020 드림 프로그램 쇼트트랙 강습
이번 '드림 프로그램'에는 28개국에서 모두 119명이 참가했습니다. 총예산은 14억 원으로 우리 정부와 강원도가 절반씩 부담합니다. '드림 프로그램'은 가나, 우간다, 스리랑카 등 동계 스포츠를 제대로 경험하기 어려운 나라의 청소년들이 동계스포츠와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 초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호응이 높아 평창이 삼수 끝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유치하는 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한때 나왔지만, 이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일(10일) 결정되는 2024년 강원 동계 유스올림픽 유치는 물론 멀리는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까지 내다본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드림 프로그램'이 그동안 동계 스포츠 불모지로 알려진 나라에 동계 종목을 소개하고 확산하면서 올림픽 운동에 기여했다는 점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18일까지 열릴 이번 드림 프로그램에는 스키, 장애인스키, 스노보드, 장애인스노보드, 봅슬레이,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에 걸쳐 다양한 강습이 이뤄집니다. '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이룬 선수 3명도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해 의미를 더합니다. 2009년 '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한 라트비아 스키 대표팀 엘비스 옵마니스, 2012년에 참가한 케냐 최초의 패럴림픽 선수 다니엘 사파리(장애인스키), 2014년에 참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이철 엘리자베스(알파인 스키)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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