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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종이돈은 받아봤자"…'현금 없는 사회' 명암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오늘(7일)은 지갑 없이 사는 사람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얘기죠?

<기자>

네. 혹시 지갑 아예 안 가지고 다니는 분들 있으신가요? 저는 안 갖고 다니기 시작한 지 좀 됐습니다.

모든 결제를 휴대폰으로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등록 한 번 하면 휴대폰도 꺼낼 필요 없는 더 발전한 간편 결제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내 얼굴로 외상을 지는 안면인식 결제, 작년 말에 국내 도입이 시작됐다고 한번 소개해 드렸고요.

내 고유의 목소리를 등록해서 거래하는 목소리 결제, 또 정맥 결제, 홍채 결제 같은 여러 방법들이 고안되면서 현금은커녕 언뜻 보기에는 사람은 그냥 어슬렁어슬렁 지나만 갔는데 거래가 끝나 있는 그런 결제법까지 준비 중입니다.

이런 모든 간편 결제법들의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현금을 꺼내지 않는 사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앞선 축에 속합니다.

우리보다 더 현금 없는 사회로 다가가 있는 나라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스웨덴 정도가 꼽히는 편입니다.

우리가 이제 현금거래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졌고, 스웨덴은 거의 10% 가까이까지로 내려가 있죠.

<앵커>

스웨덴의 10%도 놀랍지만 우리나라가 2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게 굉장히 놀라운데요, 이 정도 되면 화폐 발행 비용도 꽤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기자>

스웨덴은 실제로 줄었습니다. 사실 웬만큼 화폐 없는 사회로 간다고 해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돈이 점점 더 많이 돌기 때문에 찍어내는 종이돈의 규모가 줄어들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종이돈 증가세를 좀 둔해지게 할 수는 있다고 해도요. 그런데도 GDP 대비해서 찍어내고 있는 현금 규모를 보면 스웨덴은 실제로 줄었습니다.

우리보다 아직 현금결제 비중은 높지만 역시 상당히 빠르게 화폐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영국이나 뉴질랜드도 현금 발행이 감소에 가까운 정체 수준이고요.

우리는 아직 약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렇게 현금 자체의 발행을 줄이고 있는 나라들을 봤더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도 이 방향으로 빠르게 가고 있는 만큼 교훈 삼으면 좋겠는데요, 한국은행이 스웨덴, 영국, 그리고 뉴질랜드의 사례를 점검했습니다.

이 나라들은 지금 나오는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ATM을 크게 줄이고 은행 지점 수도 비용 생각해서 빠르게 줄여왔거든요.

이렇게 해서 영국과 뉴질랜드는 우리보다 아직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데도 종이돈 발행 추세 자체는 더 정체시킬 수가 있었던 겁니다.

효율적인 경영은 당장은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 외딴곳에 사는 사람, 저소득층 이런 사람들이 돈을 생활 거래 자체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더라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아무리 신용 거래가 보편화됐다고 하더라도 현금밖에 못 쓰시는 분들, 또 그런 상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네. 미래 금융의 발전은 중요한 일이지만 현금 접근성 자체, 또 유사시에 현금으로 대체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건 문제였다는 거죠.

제가 벌써 5년 전에 스웨덴에 취재를 갔을 때도 전통시장에서 현금을 안 받더라고요, 이게 희귀한 경우가 아니었고요.

실제 당시 이미 스웨덴에서 현금결제를 거부당해봤다는 시민이 27%였습니다. 이게 2018년에는 45%까지 늘어납니다.

특히 소매업자들이 더 거부했습니다. 그만큼 종이돈을 받아봤자 유통시키기 불편한 사회로 이미 건나가 있다는 거죠.

이러면 소매업자와의 거래가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취약계층들, 현금 쓰는 분들의 소외는 더 빨라지고요. 이분들이 현금을 구하는 것도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스웨덴과 영국, 뉴질랜드에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현금이 사라지는 데 대한 불안과 불만 적지 않았고요.

특히 은행 지점과 ATM이 같이 빠르게 줄어든 뉴질랜드에서는 45%가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화재나 대규모 정전 같은 사건사고로 시스템이 먹통이 돼버릴 경우 현금 대체가 어려우면 혼란이 클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니까요.

2018년 12월에 서울 도심 KT 화재 때 서울 마포나 서대문에 계셨던 분들은 생생하게 기억하실 상황입니다.

저도 그때 서대문으로 취재를 나갔던 이후에 여전히 지갑은 안 갖고 다니지만 주머니에 1만 원 한 장씩은 다시 넣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은행 지점은 많이 줄였지만, ATM을 워낙 대규모로 깔아놨던 데다가 이 나라들과 같이 ATM을 줄여나가기 시작한 시기에도 2%만 줄였습니다. 아직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먼저 현금 없는 사회로 달려간 스웨덴이 최근에 이런 문제들을 보고 어떤 경우에든 국민의 '현금 접근성' 자체는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면들을 감안하면서 미래 금융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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