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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키나와 핵 철거 대신 공동핵부대 편성 日에 제안"

미국은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1972년)하는 협상 과정에서 오키나와의 핵무기를 철거하는 대신 미일 양국이 공동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해상 부대를 편성하자고 일본 측에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오키나와 반환 합의 전인 1968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극동부장으로 일하던 '그린'이라는 인물이 사토 에이사쿠( 1901∼1975) 당시 일본 총리의 밀사 역할을 한 국제정치학자 다카세 다모쓰 씨에게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다카세 씨가 당시 정리한 보고서에 기재돼 있었습니다.

다카세 씨는 1968년 4월 23일∼5월 1일 미국 국무부·국방부·해군 등 관계자와 면회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린 극동부장이 "전쟁 억지력 저하" 가능성을 거론하고서 "일본 측의 타협이 기대된다"며 핵부대 편성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1950년대 중반부터 오키나와에 핵 재배치를 추진한 결과 1967년에는 핵 순항 미사일 등이 1천300발에 달할 정도로 핵무기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반환을 계기로 핵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 극동부장은 미국이 "핵은 철거할 수 있다"면서도 오키나와 반환 후 오키나와에 미일 안전보장조약이 적용되는 경우 미국 입장에서 기지의 자유로운 사용이 제한되고 핵을 재반입하는 것도 사전 협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일본이 그 정도의 타협은 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교도는 전했습니다.

미국은 오키나와에서 핵을 철거하는 대신 미일 양국이 해상 부대를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서 '일본이 적극적으로 참가해 안전보장의 책임을 함께 부담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방부와 해군 측은 긴급 시에 핵을 운송선에서 오키나와 기지로 옮길 수 있도록 사전에 미리 합의해놓는 것이 가능하냐고 일본 측에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다카세 씨는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안보 전문가이며 사토 당시 총리가 다카세 씨를 통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오간 대화가 기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키나와는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대일강화조약)에 따라 미국의 통치를 받다가 오키나와반환 협정 체결 다음 해인 1972년 5월 15일 27년 만에 일본에 반환됐습니다.

미국은 오키나와 반환을 계기로 핵무기를 반출했으나 일본 주변에서 중대한 긴급 사태가 벌어지면 핵을 오키나와에 다시 반입한다는 일종의 밀약이 미일 양국 간에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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