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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전 팔만대장경 새긴 장소는…풀리지 않는 의문

800년 전 팔만대장경 새긴 장소는…풀리지 않는 의문
고려 때 만들어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팔만대장경은 지금도 판각 장소를 놓고 학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도가 고려의 임시수도 역할을 했던 1230년대부터 10여 년에 걸쳐 대장경이 만들어졌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판각 장소를 놓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전국 여러 장소에서 판각됐다는 설, 강화도와 남해로 나뉘어 판각됐다는 설, 남해에서만 판각됐다는 설 등이 존재합니다.

판각 장소를 놓고 학계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이와 관련한 충분한 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장경 조성 사업을 주도했던 '대장도감'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강화 선원사 터 등지에 대한 발굴 조사마저도 중단되면서 대장경 판각 장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선원사 주지인 성원 스님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충분히 있는 팔만대장경 조판 장소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관심을 안 가진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성원 스님은 강화 전등사에 있다가 1993년 절터만 남아 있던 선원사를 사실상 창건했고, 이후 꾸준히 선원사 복원·발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화도 선원사지 (사진=촬영 홍현기, 연합뉴스)
선원사는 1245년(고려 고종 32년) 당시 최고 권력자인 최우가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시대 선원사는 순천 송광사와 함께 2대 선찰로 손꼽혔습니다.

집채는 500간이며 수백 명 중이 거주했던 거대 사찰이었습니다.

선원사는 대장경 조판이 이뤄졌던 장소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금은 실제 조판 장소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학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398년(태조 7년) '임금이 용산강에 나들이하였습니다.

대장경의 목판을 강화의 선원사로부터 운반하였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강화 선원사에 팔만대장경이 보관됐다는 사실만은 확실하지만, 이를 판각한 장소라는 기록은 없습니다.

선원사에 대한 발굴 조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사적지로 지정된 현 선원사지가 실제 선원사가 있었던 터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화 선원사 지는 1976년 동국대학교 강화도학술조사단이 발견했고, 이듬해인 1977년 사적 259호로 지정됐습니다.

이후 1995년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계기로 인천시가 선원사 사적지 복원 예산을 편성했고, 1996년 동국대 박물관 주도로 발굴조사가 시작됐으나 2002년부터 중단된 상태입니다.

동국대 박물관은 발굴 조사를 통해 현 사적지가 실제 선원사 지였을 것을 방증하는 자료들을 찾았으나 이를 입증하는 고고학적 발굴성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성원 스님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 선원사에서 팔만대장경이 판각됐으며 현 선원사 지가 실제 선원사가 있었던 곳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장경을 만들 때 바닷물에 나무를 담가서 응달과 양달에 번갈아 말렸다는 기록을 토대로 과거 바닷가 옆에 있었던 현 선원사 지가 대장경 판각 장소로 최적지였다는 게 그의 견해입니다.

이 일대의 지명인 '건지고개'도 대장경 조판 당시 나무를 번갈아 말린 데서 비롯한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이 일대 도감마을이라는 지명은 대장경 판각을 주도한 '대장도감'이 있었던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성원 스님은 "동문선이라는 책에 선원사에 살던 스님이 쓴 시가 나오는데 현 선원사 지의 모습과 일치한다"며 "대장경을 보관만 했다는 학자가 있는데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면 선원사 주변에서 대장경을 만든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선원사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와 팔만대장경과 관련한 연구 등을 통해 대장경 조판 장소에 대한 여러 의문이 해소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 강화도에 있던 팔만대장경을 합천 해인사로 옮기게 된 이유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앞으로 일단 자체적으로 대장경 박물관을 조성해 관련 문화재를 전시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확보한 부지에 대웅전이나 종각 등을 지어 과거 선원사의 모습을 복원할 계획입니다.

성원 스님은 "고려시대 인쇄문화의 발달 정도라면 대장경과 관련한 기록이 어딘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발굴조사와 연구를 통해 대장경 판각 장소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형우 안양대학교 강화캠퍼스 교수는 "판각 장소에만 의미를 부여하는데 강화도는 대장경을 만드는 사업을 주도했던 대장도감이 있었고 150년간 대장경을 보관한 판당이 있었던 곳"이라며 "발굴조사와 아울러 강화도 대장경 조성사업의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촬영 홍현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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