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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새해부터 '육아 운전대'를 남편에게 맡겨본다면 어떨까?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인-잇] 새해부터 '육아 운전대'를 남편에게 맡겨본다면 어떨까?
'운전하는 아내, 뒷좌석에서 아이 보는 남편'

몇 달 전부터 우리 가족이 차를 타고 외출할 때의 풍경이다. 아내는 운전을 하고 나는 뒷좌석에서 아이를 본다.

사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결혼 전부터 운전은 줄곧 내가 맡아서 해 왔고 아내는 운전 면허증은 있지만 장롱 면허에 보유한 차도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운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운전은 내가 하고 아내는 뒷좌석에서 아이를 보았다. 그런데 이런 역할 분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느 주말처럼 본가를 가던 날. 그날따라 유난히 차가 막혔다. 차가 막히면 운전하는 사람도 지치지만 카시트에 타고 있는 아기는 답답하다고 울기 십상이다. 아기가 하도 울기에 우리는 차를 멈추고 중간 지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내려서 아기를 달래고 있는 아내에게 내가 투덜거렸다.

"가뜩이나 차 막혀서 운전하기 힘든데 뒤에서 애가 우니까 운전하기 너무 힘들어."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자기는 운전만 하면 되잖아. 나는 뒤에서 독박 육아하고 있다구. 운전하는 게 나을 거 같아, 아기 혼자 보는 게 나을 거 같아?"

생각해보니 나는 차를 타면 운전만 해왔지 아기를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아기가 잘 있는지 아내에게 묻는 정도였다. 반면 아내는 뒷좌석에서 아기가 울면 달래고 갑자기 변을 보면 기저귀도 갈고 말 그대로 혼자 독박 육아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차를 타고 가는 것과 아기를 보는 것, 즉 운전과 육아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외출할 때 차에서도 육아를 도맡아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운전은 남자가 더 잘하지', '여자가 운전하면 사고의 위험이 높지 않나'라는 편견을 내심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역할을 바꿀 수는 없었다. 게다가 면허를 따고 운전을 딱 한번 해 봤다는 아내의 운전 실력에 우리 가족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일이 있고 한 달쯤 지났을까. 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온 후 '나 운전해볼래'라는 말을 했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친구가 차를 모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운동 신경이 좋은 것도 아닌데 차를 잘만 몰더라'라며 큰 자극을 받아 온 것이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날 이후 아내는 도로 연수를 신청하고 5일간의 교육을 마쳤으며 점검(?) 차원에서 나와 동승해서 근거리 운전을 하고 나서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범퍼 한번 긁지 않고 무사고로 운전을 잘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조차도 운전 초기에 아버지 차를 몇 번 긁었고 내 차 범퍼도 긁었다. 모든 것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일단 운전대를 잡아야만 운전에 익숙해지고 그다음 능숙해질 수 있다.

육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하던 육아를 남편이 못하리란 법은 없다. 다만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새해에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운다. 살을 빼야지,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영어 공부를 해야지 등등.

새해 목표를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씩 하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이 밥 먹이기, 아이 옷 갈아입히기, 아이 목욕시키기부터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남편이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아내는 외출하게 하는 호사스러움(?)도 아내에게 선물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새해에는 남편에게 '육아 운전대'를 맡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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