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여당은 설득당할 준비가 돼 있었을까…개혁 법안의 반민주적 처리 과정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20.01.02 11:01 수정 2020.01.03 18: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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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과 결과'의 관계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다. 산식에 따라 도출되는 인과관계에 있다면 간단명료할 텐 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듯, 공정한 과정이 항상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하진 않는다. 효율에 맹목적인 재계에서 가성비 떨어지는 과정을 축소–생략해 결과물 생산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데, 정반대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영역이 있다. 정치의 영역, 바로 국회에서다.

'선거법,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이른바 패스트트랙 4법을 두고 정파별로 다른 시각이 존재했다. '개혁법안, 반개혁법안, 반쪽짜리 개혁법안' 등 법안의 각론을 두고 차이는 컸지만 각 정파의 종착지가 '개혁'이라는 건 분명했다. 의사 일치를 이루진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도해 '개혁 법안'의 타이틀을 씌웠던 이유다.

'개혁'이라는 목적과 명분을 내세운 여당은 단호하고 과감했다. 2개 법안(선거법, 공수처법) 통과라는 결과까지 도출됐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 완성을 선언하는 역사적 이정표(이인영 원내대표)"라고 자평했지만, 개혁 법안의 본질적 목적이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다. 서로 다른 4개 법안을 통해 여당이 보편적으로 추구한 건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했지만, 법안 처리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은 '개혁'이라는 단어 앞에 설 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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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선거제 합의 자유한국당 반발
● 개혁법안의 반민주적 논의…잃어버린 투명성

모든 시민의 행동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법의 파급력은 '법원의 재판, 검찰의 소추 행위'보다 보편적이며 강력하다. '법은 전체 시민에 적용된다'는 법의 지배, 쉽게 말해 "법을 지켜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실현은 성안(成案)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수렴된다"는 원칙이 보장될 때야 가능하다. 법안의 정당성은 민주적 입법 과정을 통해서 확인받게 된다는 뜻이다. 법안 논의 과정의 투명성을 명시한 '헌법 50조(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여권이 '개혁 법안'이라고 칭한 4개 법안 처리 과정은 어땠을까. 패스트 트랙에 오른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연동률 50% 적용), 석패율제 도입' 내용의 선거법 원안이 '253대 47(30석 캡 연동률 적용), 석패율 폐지' 내용의 '수정안'으로 바뀌었지만 수정 과정은 은밀했다.

어떤 의원이 어떤 근거로 캡을 씌우고 비례 의석을 줄이자고 했는지, 석패율제를 삭제하자고 했는지 알 수 없다. '4+1 여야협의체'에서 논의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협의체의 초법적 성격 논란은 문제삼지 않는다치고, 회의 시간과 장소조차 비밀이다. 당연히 회의 기록도 없다. 수정안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원안과 다른 '新선거법'이 만들어졌지만 논의 과정은 깜깜이, 그 자체였다.

공수처법도 다를 바 없다. 여권 주도의 정파(한국당 제외)에서도 이견이 커, 두 개의 법안(백혜련안, 권은희안)을 패스트 트랙에 올린 게 공수처법이었다. 그런데도 이후 논의 과정은 비공개다. 수사권만 부여한 '권은희안' 대신 기소권-수사권 모두를 부여한 '백혜련안'을 선택한 세부 과정은 알 수 없다.

'백혜련안'을 선택한 뒤, 10개의 신설 및 개정 조항을 추가해 최종안을 도출하면서도 근거와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다. 결과만 국민에게 통보하는 식이다. 누가 원안(백혜련안)에도 없던 내용을 어떤 논리로 추가하자고 했는지, 어떤 근거로 위헌성 시비와 민주적 통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했는지 기록도 없다. 한 묶음으로 엮인 4개 법안을 서로 주고받기식 거래했다는 지적에 마땅한 답을 하기도, 답을 하더라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한 여당 의원은 "협상의 효율성"이라며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공개될 경우 불필요한 논란만 불거져 합의 성사가 어렵다는 뜻이다. 법의 본질적 성격을 부정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민주사회에선 법안 논의 과정에서 끊임없는 견제,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다양한 경로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절차적 투명성'인데, 이런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셈이다.

법안도 아닌 예산안(예산비법률주의)의 밀실 논의를 규탄했던 게 '4+1'에 속했던 정의당, 평화당, 나아가 국회였다. 그런데 이젠 예산안에 이어 법안마저 깜깜이 논의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4개 법안'을 두고 민주당 스스로 "민주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개혁 법안"이라고 했는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해 얻은 개혁 법안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일까.
공수처 법안 반대 구호 외치는 한국당 (사진=연합뉴스)
● "반대는 반개혁" 이분법의 모순…설득당할 준비도 없고, 비판도 허용치 않은 여당

민주당은 원천적 책임을 한국당에서 찾고 있다. 한국당이 애당초 협상과 토론을 할 의지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사법개혁특위나 정치개혁특위 회의에서 지켜본 한국당은 대안 제시보단,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정치 상황과 연계해 회의 자체를 지연 또는 무산시키려 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한국당에서 나온 모든 발언이 비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이지도 않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법안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당은 어떻게 응답했을까.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아스팔트를 버리고 협상장으로 돌아오라"면서도 "검찰특권, 선거특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 삶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처리를 막으면 야당과 검찰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정치적 거래로 비춰질 것"이라고도 했는데, 곱씹어보지 않아도 여당의 내심은 짐작 가능하다.

여당이 주도한 개혁 법안에 반대를 하면 반개혁과 특권 지키기로 단정하는 이분법적 갈라치기였다. 조국 사태 이후, 여당이 줄곧 사용한 극단적 프레임이다. 반대자는 반개혁자로 몰아가는 이분법 프레임은 단순 명료한 만큼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여당의 협상 진정성은 의심받게 됐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해 발전한다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마저 훼손 시켰다.

공수처법을 두곤 진보 진영은 물론 당 내부의 목소리마저 막았다. 반대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던 금태섭, 조응천 의원 외에도 개별적으로 접촉해보면 공수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당 의원들은 다수 있었다. 단지 공개적 발언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여당의 이분법 프레임이 당내 건강한 토론마저 마비 시킨 것이었다. 공수처를 반대하면 '검찰과의 유착'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 속에 보다 완성도 높은 법안이 나올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기소권이 있는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공수처 공무원이 검사직을 수행하며 영장 청구권을 가질 수 있지만, 수사권만 있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영장 청구권을 부여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있었다. 헌법 12조(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기소권 없는 수사 대상자를 조사하는 공수처 공무원은 검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독립기관은 감사원처럼 헌법에 명시된 기구여야 하는데, 공수처는 헌법기관도 아닌데 행정 각 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라는 점을 들어 문제 제기하는 쪽도 있었다. 한 여당 의원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독립기관 인권위 사례를 거론하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인권위와 달리 강력한 법 집행기관이다.

이런 지적은 한국당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을 강력 주장했던 진보 진영에서도 제기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법안 논의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에 붙이면서, 이런 논란에 대한 사전 인지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근거로 해소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저 여당은 "공수처가 대통령의 칼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또 너무 독립적이라는 이중의 모순적 비판만 한다"며 문제 제기조차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문제 제기가 모순이라면 여당의 검찰 비판도, 여당의 검찰 개혁 사유도 모순이 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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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당초 검찰 개혁 사유를 '정치 검찰'에서 찾았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은 정권 눈치를 보고, 청와대의 통제를 받으며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또 다른 개혁 사유로 막강한 검찰권 행사를 들었다. '조국-靑특감반-靑하명수사-靑선거개입' 의혹 수사 이후에 주된 사유로 거론했다. 이해찬 당 대표는 "무소불위 안하무인 검찰"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검찰 개혁 사유를 밝혔다. '정권의 하수인, 무소불위 검찰' 두 사안이 검찰 개혁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수처에 대한 우려가 모순이라면 여당의 이런 검찰 개혁 사유도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구조다.

여권은 개혁 법안 통과를 두고 '역사적 진전, 민주주의의 이상'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무엇을 잃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두 가지 이유로 환영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는 다양성 존중, 또 하나는 비판을 허용하기 때문인데, 여권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두 가지 원칙을 간과했다. 설득 당할 준비가 돼 있어야 진짜 토론이 가능하지만, 여당은 설득 당할 준비가 돼 있었을까. 민주당이 개혁 법안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 건 '민주주의'였을 테지만,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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