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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에 수도권 초등학교는 '콩나물 교실' 걱정

저출산 시대에 수도권 초등학교는 '콩나물 교실' 걱정
저출산으로 전국 초등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 뉴타운 등 일부 지역 초등학교는 예상을 뛰어넘는 학생 수 증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2016년 서울 한 뉴타운 지역에 개교한 A초등학교는 학습 개별화, 맞춤 교육 등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기 위해 학생 수를 적게 유지하는 이른바 '혁신 학교'입니다.

그러나 A초교 학부모회 등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교생 수는 1천559명입니다.

60학급 기준으로 1학급당 학생 수가 26명으로, 지난해 서울시 전체 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23명)보다 오히려 3명 더 많습니다.

A초교는 특별 교실(음악실, 과학실 등 특별 활동을 위해 마련된 교실), 교사 휴게실 등을 교실로 전환해 사용 중입니다.

이에 따라 개교 당시 20개였던 특별 교실이 점차 줄어 현재 8개만 남았습니다.

급식실, 보건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A초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황 모(가명·10)군은 "교실이 좁아서 친구들이 책가방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잦다"며 "급식실에 학생이 몰리다 보니 식판끼리 부딪쳐서 뜨거운 국물이 넘치기도 하고, 빨리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인근 뉴타운에 개발된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차례대로 시작돼 학생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이 예상하는 올해 A초교 신입생 수는 312명입니다.

이에 따라 학급당 인원은 올해 28명, 내년 3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2년, 2023년에도 차례로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어 학급당 인원이 더 늘어날 조짐입니다.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인 장창수(48)씨는 "학교가 1천200∼1천3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는데 이대로 간다면 올해 학생 수 1천800명을 넘으며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목공실, 옥상 롤러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교육 시설을 갖추고 있는 혁신학교여서 다른 지역 학생들도 위장 전입을 통해 입학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에 개교한 경기도 하남시 한 택지개발지구 내 B초교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B초교는 현재 41학급 기준 학급당 28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B초교는 급식실에서 학생 전원이 식사하기 어려워 일부 학년은 교실에서 배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남시의회 정병용 의원은 "B초교는 학교 운동장이 좁아 전체 학생이 한꺼번에 운동회를 개최하기 어려웠다"며 "B초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여러 학교에서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 주택인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서고, 다자녀 가정을 우대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학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B초교는 지난해 증축공사를 했음에도 학생이 늘어나 2∼3년 내로 학급당 30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는 과밀화 현상으로 학생의 안전과 학습 환경 관리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습니다.

A초교 1학년생을 자녀로 둔 김 모( 40대)씨는 "교실 공간이 협소해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다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과밀 현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녀가 같은 학교 2, 3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박 모(40대)씨는 "하루 평균 100명의 학생이 드나드는 보건실 공간이 협소하고 침대 등 시설도 미비해 독감 등 감염 질환이 유행할 때면 더 걱정된다"며 "운동장 역시 협소해 바로 옆 공원에서 체육 활동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주민 민원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시 교육청의 학생 수 예측과 대응이 적절하지 않아서 과밀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A초교의 장창수 운영위원장은 "학교 개교 당시부터 예상보다 많은 신입생이 입학했고, 그 이후로도 위장전입 등으로 학급 수에 비해 많은 학생이 들어오고 있지만 인근 학교 신설 추진, 학구 조정 등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과밀화 현상이 계속되면 혁신학교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A초교 주변 뉴타운에 인구 쏠림 현상이 심해 예상 신입생 인원을 높게 잡아도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0월 열린 서울시 공유재산심의회에서 올해까지 A초교에 증축 공사를 해 10개 학급을 늘리는 계획이 통과됐다"며 "과밀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힘쓰는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기광주하남교육청도 과밀 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경기광주하남교육청 경영지원과 학생배치팀 관계자는 "학교 증축, 교실 전환, 학생 분산 배치 등 방식을 학교에 제안하면 학교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과밀화 현상을 예방할 것"이라며 "B초교를 비롯한 인근 지역 학교의 과밀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신설이 필요하다면 학교 용지에 대해서 관련 주체인 하남시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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