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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민들, '얼굴 없는' 천사 성금 회수·절도범 검거에 안도

전주 시민들, '얼굴 없는' 천사 성금 회수·절도범 검거에 안도
세밑 한파도 녹이며 기부 문화 확산에 일조했던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사건에 크게 상심했던 시민들은 용의자 검거와 성금 회수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습니다.

경찰은 올해로 20년째 세밑 기부였던 이 돈을 훔쳐 달아났던 용의자 2명을 범행 4시간 만에 붙잡아 범행 동기와 수법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발 빠른 대처로 성금을 되찾은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이들의 범행을 국민의 희망을 빼앗으려 한 파렴치한 범행이라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와 경찰에 따르면 센터 직원이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늘(30일) 오전 10시쯤.

"주민센터 희망 사과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전언이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해당 주민센터 직원은 기쁜 마음으로 그 장소로 갔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곧바로 뛰어나간 점을 고려해볼 때 불과 '1분 차이'로 추정됩니다.

이후로도 얼굴 없는 천사는 두 차례나 더 전화를 해와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 리가 없다"고 물었고, 모든 동사무소 직원들이 동원되다시피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성금은 없었습니다.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은 오늘 오전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주민센터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 용의자 차로 추정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추적해 2명을 대전 유성과 충남 계룡에서 각각 붙잡았습니다.

경찰은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연례행사처럼 해온 세밑 기부의 방법을 파악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천만 원을 회수했습니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천 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씩을 몰래 놓고 가는 선행을 해왔습니다.

이 성금은 그간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여왔습니다.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써달라는 얼굴 없는 천사의 당부가 있어서입니다.

아울러 노송동의 초·중·고교에서 10여 명의 '천사 장학생'을 선발,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도 지급해왔습니다.

매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지켜본 시민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돈을 찾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현규 노송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아침에 도난 소식 듣고 깜짝 놀랐다.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을 준 돈인데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절도범이 잡혀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훔쳐 갈 것이 없어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쓰여온 돈까지 손대다니…"라며 분노했던 시민 백종철(42) 씨는, 용의자 검거와 기부금 회수 소식을 듣고 "절도범에게 빼앗긴 줄 알았던 소외 계층의 희망을 되찾은 기분이어서 기쁘다"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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