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전통을 지닌 가톨릭 국가 이탈리아에서 소량의 대마 소비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은 최근 가정에서 스스로 소비할 목적으로 소량의 대마를 재배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관련 이슈를 두고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온 가운데 대법원이 처벌 여부를 판가름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는 2016년 향정신성 성분이 0.6% 이하인 대마 유통을 허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런 성분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부분적 대마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의회에서 당장 관련 법규의 수정·보완 작업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 정당들이 여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는 26일 성명을 통해 "마약은 해를 야기한다. 이를 재배하거나 상점에서 사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중도 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 소속 마루리치오 가스파리 상원의원도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법을 만들 것이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반면에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대마 합법화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이다.
오성운동의 마테오 만테로 상원의원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 "법원이 길을 열었으니,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만테로 의원은 최근 가정 내 대마 소비의 합법화를 뼈대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FI 소속 상원의장의 저지로 입법화에 실패했다.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중심이 된 중도 정당 '이탈리아 비바'(IV) 등은 구체적인 의사를 표하지 않은 채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법원이 안락사 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 대해 범죄라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해 종교계와 보수 정당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