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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유고연방 몬테네그로서 또 종교·민족 갈등 점화하나

발칸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가 법안 하나로 거센 종교·정치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의회는 27일(현지시간)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 속에 종교재산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종교계가 현 자산을 1918년 이전부터 보유했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18년은 몬테네그로가 당시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유고슬라비아의 전신)으로 강제 병합돼 독립적 지위를 상실한 때다.

보유 재산의 역사성과 합법성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친세르비아계는 이 법안이 몬테네그로에서 종교적 다수파인 세르비아 정교회의 자산을 박탈하고 종교적 소수파인 몬테네그로 정교회를 육성하기 위한 계략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62만명인 몬테네그로의 종교적 분포를 보면 정교회가 72.1%, 이슬람 19.1%, 가톨릭 3.4% 등이다.

정교회에선 세르비아 정교회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세르비아 정교회는 몬테네그로 내에 수도원 66개를 비롯해 10여개의 교회와 다른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원들 대부분은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이에 대해 정부와 집권당은 종교 재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자 마련된 법안으로, 세르비아 정교회의 재산을 빼앗을 의도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회는 전날 밤늦게까지 장시간의 법안 토론을 진행한 뒤 이날 오전 일찍 표결에 부쳤다.

이 과정에서 법안 표결을 저지하려는 친세르비아계 야당 '민주전선'(DF) 측 의원들이 최루탄 또는 폭죽으로 보이는 물체를 투척하고 의사당 내 마이크를 파손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됐다.

이에 방독면을 쓴 경찰이 진입해 폭력을 행사한 야당 의원 17명을 비롯해 총 22명을 연행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이후 의회 의장을 공격한 혐의를 받는 안드리야 만디츠 DF 대표 등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석방됐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 상정 이면에는 과거 한나라에 속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사이의 뿌리 깊은 정치적·종교·민족적 갈등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서방 성향의 주카노비치 대통령은 세르비아 정교회가 몬테네그로의 주권을 훼손할 목적으로 친세르비아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난해왔다.

몬테네그로는 2006년 주카노비치 당시 총리가 주도한 국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와 함께 소속된 신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했다.

독립 이후 러시아 세력권에서 벗어나 친서방 노선을 걸어왔으며, 2017년에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강행했다.

몬테네그로에선 세르비아계가 전체 인구의 28.8%로, 몬테네그로계(45%)와 함께 다수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보스니아계 8.7%, 알바니아계 4.9% 등이다.

한편, 세르비아 정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몬테네그로 당국과 교회가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세르비아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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