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9일 국회 본 회의, 하태경 의원
20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친구들의 법 개정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 '윤창호법' 통과 및 시행... 2018년 9월 벌어진 '음주 살인' 이후의 전개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법 개정 이후 1년, '윤창호법'의 취지는, 정신은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9월 보도에 이어 이번엔 시행 1년을 맞은 윤창호법의 효과는 어떠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점검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적용되는 법은 통상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음주운전', '사망', '위험운전 치사', '교통사고처리' 등 단어로 검색한 뒤 각 판결문 내용을 확인해 기준에 맞는 사건들을 추려냈다.
그렇게 확정한 분석 대상은, 시행 이전 137건(사망자 144명)-시행 이후 39건(사망자 40명)이었다. 2018년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만 346건에 이르는데도 판결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음주운전자 본인 사망사고도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시행 이후 분석에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은 사고는 제외했다.
● '윤창호법'은 이러하다
'제1윤창호법'은, 제5조의 11(위험운전 치사상)에서 음주나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에 처하도록 한 것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을, 그것도 최소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 '제1윤창호법'이다.
'제2윤창호법'은 운전이 금지되는 음주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에서 "0.03%"로 낮춘 내용이 핵심이다. 이외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의 결격 기간을 연장하고 음주운전 자체의 벌칙 수준을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처벌 강화하도록 법 고쳤는데... 결과는?
단 2건을 비교한 것만으로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형량이 줄었다고 할 순 없다. 또 각 판결문에 온전히 담기지 않은 정황에 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마부작침]은 '제1윤창호법' 시행 이전과 이후 1년간, 현 시점에서 분석 가능한 음주운전 사망 사고 1심 판결문 전체를 살펴봤다. 어떤 차이가 나타났을까.
● '윤창호법' 시행 후 실형 비율·형량 줄었다
분석 대상 사고 모두에 징역형이 선고됐다. 벌금형은 없었다.
시행 전 1년(2017.12.18~2018.12.17, 발생 기준) 판결에서는 실형 58.4%(80건), 집행유예 41.6%(57건)로 나타났다. 반면 시행 후 1년(2018.12.18~2019.12.17) 판결에선 실형 46.2%(18건), 집행유예 53.8%(21건)로 집계됐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났다는 건 모든 사고의 공통점이었으나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실형 선고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형량에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전 실형 형량은 최소 6개월부터 최대 96개월, 평균 32.4개월이었는데 시행 후엔 최소 8개월, 최대 72개월, 평균 31.7개월로 나타났다. 0.7개월, '제1윤창호법' 시행 후에 선고된 실형의 평균 형량이 감소한 것이다.
집행유예에서는 시행 전 징역형 평균 15.6개월, 시행 후 20.9개월이었고, 집행유예 기간은 29.1개월과 35.4개월로 '제1윤창호법' 이후 선고 형량이 다소 늘었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어땠을까. '제1윤창호법' 시행 이전은 실형, 집행유예 모두 합쳐 평균 0.123%였고 시행 이후는 평균 0.130%로 나타났다. 혈중 알코올 농도 또한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사망 사고를 낸 이들의 평균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윤창호법' 1년... 왜 이렇게 된 걸까
음주운전 사고와 적발 건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한해에만 25만 건에 이르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9년에는 11월 현재까지 12만 건 남짓,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적발 건수이긴 하나 음주운전 자체가 줄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법 시행 전후 판결문 분석 결과는 '윤창호법'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지고 시행된 건지 의문을 갖게 한다.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음주운전 사망 사고로 숨진 이들은 200명이 넘는다.
한 가지 설명은 음주운전 사고 등 교통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것. 2018년 11월 28일, '윤창호법' 통과에 앞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채이배 의원은 "대법원에서 갖고 있는 양형 기준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한다"면서 "양형위원회에서 다시 점검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법이 개정됐더라도 양형 기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 경향은 이전과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제 7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임기 전반기가 마무리되는 2020년 4월까지 교통 범죄의 양형 기준을 윤창호법을 반영해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에 양형 기준이 바뀌면 윤창호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될까. 다른 이유는 없는 걸까. 다음 편 "윤창호법 1년... 법 비껴가는 음주 사망사고들"에서 이어가겠다.
※서두에 사용한 '해피 엔딩'이란 말이 적절치 못하다는 독자 지적을 수용해 이를 수정했습니다.(2020년 1월 2일 오후 2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배여운 기자·분석가 (woons@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안준석 디자이너 (ahnjoonseo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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