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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IMF의 긴급 처방 : 탄소세 75달러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인-잇] IMF의 긴급 처방 : 탄소세 75달러
국제통화기금 IMF는 1945년에 세워졌다. 설립 목적은 '세계무역의 안정된 확대를 통하여 가맹국의 고용증대, 소득증가, 생산자원 개발에 기여' 하는 것이다. 주요 업무는 외환시세 안정, 외환제한 제거, 자금 공여 등이다.

1990년대 후반 우리에게 IMF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우리나라에 부족한 외화를 빌려주는 대신 강력한 긴축과 구조조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당한 기업의 근로자들과 하루아침에 가세가 기울어 버린 사람들에게 IMF는 그야말로 '끝을 의미'하는 무서운 존재였다. 나도 이때 나라가 완전히 망해버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우리 정부는 IMF로 부터 빌린 돈을 모두 상환했고 지금은 IMF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당시 상황을 다룬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재작년 개봉해 잠시 회자됐지만 이내 잊혀졌다.

그런데 IMF가 지난 10월 초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IMF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경제 전망과 함께 강력한 탄소세 부과를 정식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IMF가 이번에 권고한 탄소세는 지금보다 37배 높은 1톤당 75달러 수준이다. IMF는 당장 75달러를 부과하면 충격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감안해 탄소세를 점점 올리되 10년 안에 75달러로 높여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각국 재무장관, 특히 전세계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하는 G20 국가의 재무장관들이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IMF는 강조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 시점 우리나라의 경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왜 IMF가 나섰고, 왜 탄소세 처방을 내렸으며, 왜 이같은 처방을 재무장관(기재부 장관)이 추진해야 한다고 한 것일까?

● 왜 IMF가 나섰나?

경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면 폭염,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도 심해지는데, 이로 인해 지구에서 식량 생산이 어려워진다. 지금은 부족하지 않은 쌀, 옥수수 같은 농작물들이 점점 줄어들고 다시는 먹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무너지고 화폐가치는 폭락하며 국제금융체계는 완전히 망가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농업 분야의 피해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겠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쌀, 밀, 옥수수 같은 주식이 필요한 만큼 생산되지 않으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먹을 게 부족해 경제가 무너진 세상에서 돈의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왜 탄소세인가?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소세에 대해 단순히 정부가 돈을 걷기 위해 도입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일반적인 오해이다. 탄소세 부과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예를 들어 탄소세를 부과하면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는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을 입게 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들던 기업들은 탄소세를 덜 내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기를 생산하는 측면에서 이미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용이 많이 낮아져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탄소세를 도입하면 이 같은 시설에 대한 투자가 더 가속화 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이 지구를 살리는 시설이라고 하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세금(탄소세)을 회피하는 투자 아이템이라고 하면 솔깃해 하는 기업이 많다. 이렇기 때문에 탄소세가 중요한 것이다.

● 왜 재무장관을 언급했나?

재무장관이 세금 및 재정 정책을 책임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재무장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18부 5처 17청으로 구성되며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힘과 권한은 각기 다르다. 이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손꼽히는 강력한 부처로 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들을 파트너로 삼고 있으며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의 경우 사실상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이런 산업부에 대해 발언권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기획재정부이다. 기획재정부의 업무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수립부터 경제․재정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가채무에 관한 사무관장' 등이다. 한마디로 돈줄을 쥐고 있고 힘이 막강하다.

최근 호주는 9월부터 시작된 산불로 대한민국 영토 절반 면적에 맞먹는 피해를 봤고 유럽의 베니스는 늘어난 강수량과 해수면 상승으로 또 다시 물에 잠겼다. 한국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를 전후해 낮 기온이 영상 5도까지 올라가고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문제, 경제 피해가 뚜렷해졌다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 IMF가 탄소세 부과라는 강력한 정책을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는 기후 위기라고 까지 불리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기획재정부장관이 IMF의 권고를 조속히 이행해 주기를 촉구한다. 나는 식량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지구에서 살고 싶다, 되도록 오랫동안.

#인-잇 #인잇 #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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