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일본, 10년 만의 현역 의원 체포…'카지노 비리' 어디로?

'사쿠라 모임' 여파로 지지율 급락한 아베에 '설상가상'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9.12.26 16:12 수정 2019.12.26 17: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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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모토 의원 체포 소식 日 신문 보도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3선 중의원으로 국토교통성 부장관을 지낸 아키모토 쓰카사 의원이 어제(25일) 체포됐습니다. 현역 의원의 체포는 2010년 이후 거의 10년 만의 일이라 일본 언론들은 계속 관련 속보를 쏟아내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키모토 의원을 체포한 '최강의 수사기관' 도쿄지검 특수부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일본은 아베 총리가 외국 관광객 4천만 시대를 열겠다며(목표는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그 핵심 상품으로 이른바 '통합형 리조트(IR, Integrated Resort)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통합형 리조트의 핵심은 대규모 카지노인데,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카지노 수입을 올린 뒤 일정 수입을 세금으로 돌려 재정 기여를 높이겠다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 현재 도쿄도, 지바현, 요코하마시, 오사카부, 와카야마현 등 전국의 7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형 리조트의 유치를 선언하거나 추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내년 1월에 카지노의 감시·규제기관인 '카지노 관리위원회'를 발족시켜 통합형 리조트 개발의 기본 방침을 정식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통합형 리조트 개발 계획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베 총리가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현지의 카지노 리조트를 방문한 뒤 이를 일본에 도입하기로 하고, 2016년 관련 법령을 정비해 본격 추진에 들어갑니다. 당시 중의원으로서 이 법령의 통과에 주력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이번에 체포된 아키모토 중의원입니다. 이 공로로 아키모토 의원은 다음 해인 2017년 8월, 제3차 아베 개조 내각에서 관광 분야를 담당하는 국토교통성 부대신이 됩니다.
아베와 선거 운동 하는 아키모토 쓰카사 자민당 중의원 의원 (사진=아키모토 의원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일본 전국에 최대 3개의 통합형 리조트, 다시 말해 카지노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카지노 운영 경험이 있는 해외 기업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라스베가스의 거대 카지노 기업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과 샌즈 코퍼레이션, 그리고 홍콩에 거점을 둔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등입니다. 이 외에도 인터넷 게임으로 큰돈을 번 중국 기업들도 일본에서 추진 중인 카지노 유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향을 표명하며 정보 수집에 나섰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 광둥성 선전(深川)에 본거지를 둔 '500.com'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2017년 여름에 이 기업이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통합형 리조트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아키모토 중의원이 이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합니다. 시점 상으로는 국토교통성 부대신에 취임하기 직전인데, 회사 입장에서는 자사 주최의 심포지엄으로 안면을 튼 아키모토 의원이 곧바로 국토성 부대신이 되었다는 소식을 어느 누구보다 반겼을 것 같습니다.

'500.com'은 여세를 몰아 2017년 가을에 도쿄 도내에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갑니다. 아키모토 부장관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겠죠. 사업 추진을 위해 중국 본사에서 수백만 엔의 '사업 자금'을 들여오는데, 송금 수수료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몰래' 들여온 자금 가운데 300만 엔, 우리 돈으로 3천3백만 원을 그 해 9월 하순에 아키모토 부장관에게 찔러줍니다. 도쿄지검에 따르면 대담하게도 '중의원 의원회관'의 의원 사무실이 뇌물을 건넨 장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2월에는 당시 유치 의향을 밝히고 있던 홋카이도 루스츠시에 아키모토 부장관의 가족을 '초청'하며, 숙박비 등 여행 경비 약 70만 엔에 해당하는 '편의'를 제공합니다. 여기까지가 체포장에 적시된 아키모토 의원의 혐의 내용입니다.

도쿄지검은 이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도쿄지검은 일찍이 아키모토 의원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아키모토 의원을 '파다가' 보니 '통합형 리조트'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사실을 포착하게 된 거죠. 아키모토 의원은 원래부터 파칭코와 나이트클럽 등을 통한 '관광 부흥'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돈과 조직이 얽혀드는 사업이니만큼 비위 의혹도 전혀 없었던 건 아닌데요, 그동안 몇 번이나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확실한 혐의는 잡지 못했다는 게 요미우리 신문이 인용한 수사 관계자의 발언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7월에 도쿄지검 특수부가 기업주도형 보육사업을 둘러싸고 투자금을 편취한 사기범을 하나 잡습니다. 그런데 이 사기범이 평소 사업을 하면서 아키모토 의원과의 친분을 자주 내세웠다고 합니다. 이 사기범 주변에 아키모토 의원의 후원회 파티(정치자금을 모집하는 자리) 참석권과 관련된 돈거래가 있어서 특수부가 그 돈이 모이는 아키모토 의원 주변의 자금 흐름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인터넷 게임 기업이 일본이 추진하는 '통합형 리조트'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아키모토 의원 주변을 맴돌았다는 정황을 파악했고, 이 기업이 자금을 본국에서 들여오면서 외환거래법과 외국무역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그 돈의 일부가 아키모토 의원 본인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사실을 포착하게 됐다는 흐름입니다.

10년 만에 현역의원 체포라는 '성과'를 올린 도쿄지검 특수부. 사실 '특수부'의 위명(偉名)은 이른바 '록히드 사건'으로 최고에 달했지만 그 이후 많이 힘이 빠진 상황입니다. 특히 2010년 9월 오사카지검 특수부의 '증거조작' 사건의 충격이 아직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고, 그 때문에 특수부 '해체론'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쿄지검 특수부는 뇌물을 공여한 중국 기업이 앞으로 있을 카지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키모토 의원이 뇌물을 받았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일본의 법조 관계자들은 아키모토 의원이 이들에게 구체적인 '편의'를 제공했는지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단순 수뢰 사건이라도 대가성이 명확한 편의 공여까지 입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며 검찰의 앞길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민당, 게다가 도쿄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유력 신진 의원의 체포로 야당들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상황이지만 오늘 입헌민주당 등 야당들은 국회에서 카지노 유치문제와 관련한 대정부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야당은 아키모토 중의원이 국토교통성 부대신으로 재임하던 시절의 출장과 면회기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내각 관방의 담당자가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제히 터져 나왔음은 물론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안 그래도 '사쿠라 보는 모임'의 불투명한 회계와 초청자 문제 등으로 수세에 몰리며 지지율이 점점 추락하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는, 이번 사건이 더 큰 악재입니다. 총리 본인이 뇌물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형 리조트' 사업이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이 자민당 내에서 확산할 수도 있습니다. 2017년 겨울에 아키모토 의원이 중국 심천의 '500.com' 본사를 방문할 때 같은 자민당 의원 2명도 함께 데리고 갔는데, 검찰이 이들 의원 사무실도 수색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오늘 출근길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요, 틀림없이 이래저래 골치아픈 연말연시를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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