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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꺼짐 계속되는데…못 믿을 '290억짜리 땅속 지도'

<앵커>

서울 여의도역에서도 그제(22일) 땅이 꺼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하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사고가 난 걸로 보입니다. 사고 난 곳을 비롯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땅 밑에는 상수관, 하수관, 가스관 같은 많은 시설물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습니다. 이걸 모르고 공사하다 사고 나는 걸 막기 위해서 정부가 290억 원을 들여 땅 속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도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이세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지하철 9호선 삼성 중앙역입니다.

바로 이 근처에서 지난 2015년 땅 꺼짐 현상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이런 땅 꺼짐 위험 지점에 대한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삼성 중앙역 주변 땅속 지도를 구해봤습니다.

지난 2017년 만들어진 3D 지도에 따르면 가스관과 전력관이 지하철역 출입구를 따라 표시되어 있고 통신관은 아예 보행자 계단 위 허공에 설치된 것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설들은 지도와 달리 실제로 땅 속 깊이 묻혀 있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땅속에 없는 줄 알고 (공사 중에 땅을) 팔 텐데, 파다 보면 잘못하다 (관로를) 건드릴 수 있잖아요. 이걸 믿고 했는데….]

역시 지난해 싱크홀 사고가 있었던 봉은사 역의 땅 속 지도입니다.

지도대로라면 통신관이 사람 머리 위를 지나가는 높이에 있습니다.

이 지도는 지난 2014년 서울 송파 싱크홀 사고 이후 국토부가 사고 재발을 막겠다며 제작 중인 '전국 지하공간 통합지도'입니다.

예산 290억 원이 들어갑니다.

162개 지자체 가운데 지금까지 25개 지자체의 지도만 완성됐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틀린 부분이 많습니다.

국토부 자체 조사 결과 전력관 31.7%, 하수관 27%, 통신관 25.4%의 위치 등 정보가 부정확했습니다.

국토부에게 왜 이런지 물었습니다.

국토부는 전력회사, 통신회사 등이 제출한 땅 속 지도 자료들이 정확하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정보) 신뢰도가 다 달라요. 그걸 같은 눈높이로 통일시켜서, 전문가가 다시 다 확인해서 집어넣어야 해요.]

지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전담 기구를 구성하고 민간 기관에 데이터 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는 했지만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두 달째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CG : 홍성용·박소연·송경혜, VJ : 김초아·정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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