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소방지침대로 했더니 살았다"…모텔 방화사건 생존자의 교훈

"소방지침대로 했더니 살았다"…모텔 방화사건 생존자의 교훈
광주 모텔 방화 사건 부상자 중 일부는 소방이 강조하는 대피 지침을 지켜 목숨을 구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반면 불이 난 모텔의 방화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모텔 방화사건 생존자의 상당수가 '수건에 물을 묻혀 호흡기를 가리는 대응'으로 생명을 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방화로 인해 3층에서 불이 나면서 연기가 급속도로 퍼진 상황에 한 여성 투숙객은 대피하기 위해 119에 전화를 건 휴대전화에 귀에 대고 객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자 연기가 온몸을 덮치듯 밀려들어 와 "연기가 들어와요"라고 이 여성이 외치자, 119 상황실 직원은 곧장 "문을 닫으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 여성은 상황실 직원의 "수건에 물을 묻혀 바닥에 엎드리고 구조를 기다리라"는 지시대로 젖은 수건을 입에 대고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구조됐습니다.

다른 객실에 투숙 중이던 남성 투숙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득 찬 연기에 대피할 곳을 찾지 못한 이 남성은 군 복무 시절 배운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을 떠올렸습니다.

그도 욕실에서 수건에 물을 묻혀 입과 코에 대고 객실 내부에 있다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는 119 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생존자의 상당수가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대로 대응했더니 목숨을 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주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소방청 차원에서 화재 안전 특별대책 중 하나로 '불나면 대피 먼저'라는 대응 요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방 지침은 불이 나면 '불이야'라고 외치는 등 상황을 주변에 전파하며,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벽을 짚으며 낮은 자세로 대피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방 지침대로 작동하지 않은 모텔의 방화문은 인명피해를 오히려 키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방화가 화재의 원인이었지만, 객실 1곳에서 시작된 불로 인한 연기가 모텔 전체로 급속히 퍼져 33명의 사상자 중 대부분이 연기흡입으로 인한 인명피해였습니다.

이는 모텔 가운데 전체 층을 관통하는 계단이 굴뚝처럼 연기의 통로가 된 상황에서 각 층 방화문이 열려 있어 급속도로 퍼진 연기의 확산을 지연시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방 조사 결과 모텔의 3층과 4층의 방화문의 자동 닫힘 장치(도어체크)가 탈락해 있어, 화재 당시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고 열려 있었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 조사 등과 함께 모텔 측이 '고의로 도어 체크를 탈락시켰는지' 등 소방시설 관리에 문제 있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입니다.

불이 난 모텔은 자격을 취득한 소방안전관리자나 소방시설 점검 관계자가 점검해 결과를 보고하는 시설로 분류됐습니다.

지난해 자체 점검으로는 문제가 없는 '양호'로 조사됐지만, 노후한 건물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광주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비록 방화 사건으로 불이 났지만, 이번 숙박업소 화재 사건을 계기로 관내 숙박업소 모두를 점검해 겨울철 화재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모텔 객실에서 고의로 불을 질러 3명이 숨지는 등 33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방화범 김 모(39)씨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받는 광주 모텔 화재 방화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