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잇] 동물을 막 대할수록 우울함 높다?…근거 있었다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인-잇] 동물을 막 대할수록 우울함 높다?…근거 있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 착해", "내 이상형은 동물에게 친절한 사람이야"

어떤 사람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의 인격과 성품을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아예 "한 국가의 위대함은 국민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라며 국가의 수준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삼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동물에 대한 태도를 통해 사람의 성품, 더 나아가 국가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대 연구진이 '반려견을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와 보호자의 우울증 증상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진은 인간과 동물의 유착관계(Human-Animal Bond, HAB)가 사람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19~39세 사이 서울에 거주하는 반려견 보호자 654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증상'과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2가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 관련 질문은 총 18개로 ▲ 다른 어떤 친구들보다 반려동물의 의미가 크다 ▲ 매일 반려동물과 놀아 준다 ▲ 나는 반려동물을 사랑한다 ▲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좋다 ▲ 반려동물에게 직접 손으로 음식을 주는 걸 좋아한다 ▲ 때때로 반려동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가족 구성원(사람)에게 하는 것만큼 반려동물을 존중해야 한다 등 설문 대상자가 반려동물을 잘 대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반려동물은 밖에서 길러야 한다 ▲ 반려동물을 돌보는 대신에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 동물은 야생이나 동물원에 있어야지, 집 안에서 기르면 안 된다 ▲반려동물을 집 안에서 기르면 가구가 손상된다와 같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역질문'도 포함됐다. 질문별로 1~7점까지 점수를 부여하며 '역질문'의 경우 점수를 반대로 계산했다. 연구진은 점수가 높을수록 반려견에게 친근한 태도(favorable attitude)를, 점수가 낮을수록 비호의적인 태도(unfavorable attitude)를 보이는 사람으로 정리했다.

연구진이 동물에 대한 태도 설문과 우울증 증상 설문을 비교한 결과, 반려동물에게 더 친근한 태도를 보일수록 우울증 증상이 약했으며 반대로 반려동물에게 비호의적 태도를 보일수록 우울증 증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물론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반려견에 대한 보호자의 호의적인 태도가 보호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이것이 우울증을 예방한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우울증이 반려견에 대한 비호의적인 태도를 초래한 것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서울 거주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분석한 연구 결과로 이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동물에 대한 태도 모두를 일반화하긴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동물을 마구 대하는 사람은 우울증 증상을 보일 확률이 높다"라고 여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이런 대답을 가끔 듣는다. "제 이상형은 동물에게 친절한 사람이에요." 위의 연구를 통해 이 말은 이제 과학적 근거를 갖춘 대답이 됐다.

#인-잇 #인잇 #이학범 #동문동답
인잇소개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