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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동창리, '완전 복구'…北 어디까지 퇴행하나

[취재파일] 北 동창리, '완전 복구'…北 어디까지 퇴행하나
Back to 2017… 북한이 핵 실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쏘던 2017년으로 회귀, 즉 퇴행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군에서 슬슬 회자되는 말입니다. 특히 북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나타나는 특이 징후가 Back to 2017을 우려하게 만드는 중요 요인입니다.

동창리의 위성 탑재 장거리 로켓 발사장과 엔진 시험장은 작년부터 해체가 시작됐습니다. 북미, 남북의 연쇄 정상회담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로켓 발사장, 엔진 시험장 모두 완전히 되살아났습니다.

엔진 시험장에서는 이달 초 2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 용으로 추정되는 엔진 시험이 실시됐습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이를 '중대 시험'이라고 발표하며 북한의 전략적 지위 향상, 핵전쟁에 대한 억제력 확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엔진 시험장에서 가다듬은 최신형 엔진을 로켓에 바로 달고 쏴 올리기는 무리이지만 군은 북한의 다음 행보로 동창리의 장거리 로켓 발사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신속하게 철거되던 발사장이 올 초부터 슬금슬금 복구되더니 현재는 즉시 발사가 가능할 정도가 됐습니다.

동창리만 놓고 보면 물리적으로 Back to 2017입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Back to 2017 가는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옛날로 돌아가는가 걱정하면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동창리 폐쇄에 대한 희망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 한 연설에서 "북한이 주요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하기 시작했고 이를 환영한다"며 동창리 해체를 공식화했습니다. 한 달 앞서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난 겁니다.
이동식 구조물이 반해체 상태인 지난해 8월 北 동창리 위성발사장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 38노스가 작년 8월 공개한 동창리 위성사진을 보면 이동식 구조물의 지붕은 완전히 철거됐고, 벽도 일부 뜯겨 나갔습니다. 이동식 구조물은 조립동에서 제작된 장거리 로켓을 발사대로 옮기는 설비입니다.

이동식 구조물이 반만 해체돼도 장거리 로켓을 쏠 수 없습니다. 그때는 엔진 시험장도 상부 구조물이 해체된 상태여서 엔진 시험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동창리의 2대 시설인 발사장과 엔진 시험장 모두 무력화됐던 겁니다.

작년 9월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도 동창리 폐쇄를 확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창리 폐쇄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작년 9월 25일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 참관하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폐기가 이뤄지면 북한은 다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할 수 없다", "이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 슬금슬금 되살아난 동창리

영구 폐기되는 줄 알았던 동창리는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살아났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부터 본격적으로 동창리를 복구했습니다. 회담 직후인 3월 2일 자 위성사진에는 작년 반해체됐던 이동식 구조물이 거의 재건된 상태였습니다.
이동식 구조물이 완전 복구된 지난 11월의 北 동창리 위성 발사장
그리고 지난달 위성사진을 보면 동창리 발사장은 2017년 수준으로 완전히 복구돼 언제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조립동에 이미 단계별 로켓들이 옮겨져 조립되는 정황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각 약속한 동창리 폐쇄는 지난 2년간 남북미 대화 국면의 최고 성과였습니다. 동창리의 정상 가동 즉 이미 실시한 엔진 시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의 발사는 남북미의 거창한 약속들을 깨는 완벽한 반전입니다. 이런 우울한 의미에다, 동창리에서 계속 특이 징후들이 포착되니 군은 동창리를 더욱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의 특이 징후는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북한이 공언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디에서 어떤 도발을 할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북한 각지의 미사일 기지에서는 콘크리트 토대 공사가 진행됐고, 신포 조선소에서는 신포급 잠수함 주변으로 여러 장비들이 번갈아 오고갔습니다. 전자는 대형 미사일 발사, 후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암시합니다. 군은 북한 전역을 두루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일(23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는 한중일 3국 정상들이 연쇄 회동을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초대했는데 김정은이 대형 도발을 해서 판을 깨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상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상식적으로 행동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미국도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까지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셈법의 비핵화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발(發) 소동으로 시끄러운 연말연시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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