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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벗어나자 뚝 끊긴 인도…찻길로 다니는 아이들

<앵커>

석 달 전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 군이 차에 치어서 숨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을 좀 더 안전하게 만들자는 민식이법이 통과가 됐죠. 그런데 법 하나 만든다고 모든 게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스쿨존에 실태가 어떤지 어떻게 고쳐야 될지 최재영 기자가 점검을 해봤습니다.

<기자>

저는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전 한 선생님이 초등학교 앞 스쿨존의 안전 실태를 점검했었는데 저는 그 대상 중에서 경남 창원에 있는 36개 학교는 지금은 어떤지, 어떤 문제점들이 주로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스쿨존의 불법 주, 정차된 차들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도 옆을 가득 메운 차들에 시야가 가려 언제든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 보였지만 민원 때문에 단속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앞 상점 주인 : 이쪽에는 단속을 안 해요. 상가가 많아서 그런가…]

스쿨존에서만이라도 불법 주정차 단속이 더 강화될 필요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다른 학교로 가보니 안 그래도 좁은 인도 위에 주, 정차 방지 시설물까지 있어 아이들은 찻길로 다니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 (시설물 있으면 옆으로 나가요?) 네 옆으로 (도로로) 나오거나, 이렇게 하면서 한 줄로 지나가요. 옆으로(도로로) 나가요.]

초등학교 앞 도로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선명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학생들이 어디로 걸어 다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로 옆에 보면 제가 서도 좁을 정도로 좁은 공간뿐이고 심지어 그 앞에 장애물도 있고 차가 올 경우에는 피해야 하는데, 그 바로 옆은 아이들이 빠져서 다칠 수 있는 도랑입니다.

학교 앞 스쿨존을 벗어나자 인도가 끊기는 곳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 아이들이 차도 인도 구분 없이… (어르신들로 그냥 저렇게 다니시네요.) 네, 다 섞여 다닙니다.]

실제 전국 6천여 초등학교에 이르는 길 가운데 1,834개에는 보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안한 부모들은 매일 아이들을 직접 데려다줍니다.

[초등학생 학부모 : (오시는 걸 보니까 인도가 없네요. 길에?) 네, 없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네, 데려다주는 겁니다.]

3년 전 김용만 선생님이 점검한 스쿨존 150곳 중 약 30곳을 돌아보니, 과속방지턱 같은 일부 시설물이 보강되기도 했지만 문제점은 여전했습니다.

[김용만/교사 : 2014년 스쿨존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자발적으로 스쿨존 조사를 해봤지만, 저는 인도는 무조건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범/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스쿨존에서) 안전하게 아이들이 차와 상충이 생기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게 첫 번째죠.]

민식이법이 통과돼 스쿨존은 조금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스쿨존 30여 곳을 돌아다녀 보니 민식이법 하나만으로 스쿨존이 안전해졌다고 장담하기는 아직 일러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황지영, VJ : 정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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