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면 전해주려고 실향민들이 만든 영상 편지가 2만 편 넘게 보관만 돼 있습니다.
전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김희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93세 아버지와 50대 막내아들이 길을 나섭니다.
찾아간 곳은 경원선 종착역인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
[아들 : 지금은 끊겨 있잖아요. (응. 끊겨 있구나) 빨리 여기 연결돼야 아버지도 고향 땅 한번 밟으시고 해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야.)]
이운용 할아버지의 고향은 철원과 맞닿은 북녘의 김화군 창도면.
분단 이전에는 철원에서 창도를 지나 금강산까지 전기철도가 놓여 자주 오가던 길입니다.
지척인 이 길을 69년간 이렇게 바라만 보면서 지내왔습니다.
[이운용/(93세) 실향민 : 내가 가장인데 식구들을 전부 버리고 혼자만 나왔단 말이에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같이 데리고 나오든지 못 나오든지 했을 텐데.]
북녘 가족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영상 편지를 만든 지 14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만들어진 실향민들의 영상 편지는 이렇게 사연 하나하나가 한 편의 가슴 아픈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2만 편을 넘는 영상 편지 가운데 북한에 보내진 건 20편에 불과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지난해 평양 공동선언에서 영상 편지 교환과 화상 상봉을 우선 해결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이경훈 씨는 최근 연로한 아버지의 사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아들 이경훈 씨 제작 영상 : 몇 년 후에는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은 진행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세상을 떠나가는 그들의 아픈 기억들은 이후 한국 현대사의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운용/(93세) 실향민 : 안타까운 일이지. 한국은 내 땅을 가지고도 마음대로 못하니 말이야. 죽기 전에 한번 보고 죽으면 원이 없겠다.]
(VJ : 안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