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회심의 일격'에 무너진 한돌…2점 접바둑 연습 부족 탓?

허윤석 기자 hys@sbs.co.kr

작성 2019.12.18 18: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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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이 이세돌 9단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하며 첫 대국에서 패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세돌 9단이 3년여 전 '알파고'과 대결할 때 '신의 한 수'로 불렸던 78수로 승기를 잡은 것처럼 이번에도 78수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이세돌 9단은 오늘(18일)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한돌과의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습니다.

객관적인 기력 차이로 이 9단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한 가운데, 한돌은 초반 열세를 딛고 공세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이 9단의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돌을 던졌습니다.

이창율 NHN 게임AI 개발팀장은 "솔직히 말해 전혀 예상을 못했다"며, "이세돌 9단이 둔 78수를 한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돌이 이 9단의 78수 이후 실수를 연달아 범했다는 점에서 버그(프로그램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NHN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버그는 아니고 이 9단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며 "이 9단이 '신의 한 수'를 뒀다"고 말했습니다.

유력한 패인으로 그동안 호선(맞바둑)만을 둬오던 한돌이 2점을 먼저 깔아주는 이번 대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한돌은 호선에서는 인간이 당해내기 어려운 상대였습니다.

지금보다 기력이 10% 정도 낮은 2.1 버전 시절이던 올해 1월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 박정환 9단·신진서 9단과 호선을 펼쳐 5연전을 모두 이겼습니다.

호선이 아닌 먼저 몇 점을 깔아주고 두는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두 달여 동안 프로기사들과 연습하며 학습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그러나 첫 실전 대국에서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쌓지 못한 AI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 NHN 게임AI 개발팀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라는 게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올라가는데 이번엔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며, "2점 접바둑을 학습시키면서 프로 기사들과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가 많이 달라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첫 대국이 이 9단의 승리로 끝나면서 2국은 호선으로 치러집니다.

이 팀장은 "이미 한돌의 학습은 끝났다"며, "시스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안전성 위주로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로, 올해 8월 처음 출전한 세계 AI 바둑대회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올랐습니다.

기력 측정에 쓰이는 'Elo 레이팅' 기준으로 한돌은 4천500을 넘기며, 인간 9단 평균인 3천500, 알파고의 3천700은 물론,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알파고 제로'보다도 우위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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